[미디어펜=석명 기자]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을 이끌어온 신태용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인도네시아를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끌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3차예선에 올려놓은 신 감독이기에 갑작스러운 경질은 뜻밖이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는 6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태용 감독과 성인 대표팀 및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직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면서 "그간의 성과와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오랜 고민을 거쳐 내린 결정이다. 인도네시아 축구 발전에 기여한 신 감독에게 감사하다. 앞날에 좋은 일이 있길 바란다"고 신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020년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23세 이하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사령탑 부임 첫 해 2020 아세안 미쓰비시 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준우승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2022 카타르 아시안컵 8강을 이끌었고, 지난해 U-23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시켰다.
무엇보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월드컵 3차 예선까지 이끌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에서 1승3무2패(승점 6)로 3위에 랭크돼 있다. 1위 일본, 2위 호주 다음으로 높은 순위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 가능성이 남아 있고, 조 3~4위를 하더라도 4차 예선을 통해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할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의 이런 업적은 '신태용 매직'으로 불렸으며,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지난해 4월 신 감독과 2027년까지 재계약하기로 결정하며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월드컵 3차 예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을 전격 경질한 것은 전날 베트남의 우승으로 끝난 2024 미쓰비시컵에서 인도네시아가 4강 진출에 실패하고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것이 우선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비슷한 전력의 베트남이 김상식 감독의 지휘 아래 우승까지 함으로써 인도네시아 축구협회는 배가 아팠을 수 있다.
하지만 신 감독이 그동안 발휘해온 지도력과 성과를 놓고 보면 이번 미쓰비시컵에서의 부진으로 결별 결정까지 한 것은 의외다. 신 감독이 처음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맡을 당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173위였다. 현재 인도네시아의 FIFA 랭킹은 127위로 위상이 상당히 높아져 있고, 그 공은 대부분 신 감독의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인도네시아축구협회 에릭 토히르 회장이 신태용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표팀을 더 강한 팀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토히르 회장은 이미 신 감독 후임 사령탑을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