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22년 금융 분야에서 시작된 마이데이터는 사람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모든 지출을 한눈에 관리하고, 소비 내역에 맞는 맞춤형 카드를 추천 받는다. 또, 마이데이터로 신용평점을 높이고, 금리가 더 낮은 대출로 쉽게 갈아탐으로써 이자 부담을 줄인다.
최근에는 마이데이터를 고도화해 정보 부족과 바쁜 일상으로 인해 금융 혜택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소상공인 정보를 통합해서 복잡하고 귀찮은 일을 대신해주는 개인사업자 마이데이터 제도가 도입되기도 한다.
올해 말부터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생업에 바쁜 차주를 대신해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마이데이터가 최근 변곡점을 맞았다. 바로 '전 분야 마이데이터' 확대다.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성공을 배경으로 국민들의 삶 모든 영역에 마이데이터를 도입해, 자신의 정보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키고 필요한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보주체 본인에게 정보 전송을 요구할 수 있는 '본인 전송' 대상 기관과 대상 정보를 확대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되면서 이를 두고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마이데이터 확대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본인 전송으로 인해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유통이나 이커머스 분야에서 이러한 걱정이 크다고 하는데, 나의 선택과 결정에 따른 구매 내역이 회사의 영업비밀이라는 주장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미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내가 확인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인데, 본인 전송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영업비밀이 되는 것도 이상하다. 금융 분야에서는 모든 금융거래 내역이 전송 대상인데, 이러한 거래 정보가 금융기관의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또 다른 반대 이유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중소기업 부담이라고 한다. 그런데 혁신을 꿈꾸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데이터 확보다. 데이터를 확보할 마땅한 방법이 없기에 불편하지만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입력하게 하거나, 어쩔 수 없이 데이터 활용을 포기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이 부담 때문에 마이데이터 확대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 게다가 개정안은 연매출 1500억원 이상 기업만 본인 전송 대상이라 규모가 작은 기업들은 전송 의무도 없다.
보안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데이터가 여기저기 옮겨지면 보안적으로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기관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역량과 보호 체계를 갖추도록 되어 있다. 더욱이, 데이터를 이동시켜 정보주체가 새로운 가치와 편익을 제공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마이데이터 본질이자 목표다.
배가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순간에도 정보는 이동하고 있다. 다만, 사업자 필요와 결정에 따라 이동하고, 정보 주체는 이에 대해 소극적인 동의권을 가질 뿐이다. 마이데이터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어 주도권을 정보주체에게 주는 것이다. 정보주체가 자신의 필요와 결정에 따라 자신의 정보를 이동시킬 수 있으므로 이제 진정한 정보의 주인이라 부를 수 있다. 산업적으로는 AI 시대에 꼭 필요한 데이터 고속도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도 마이데이터 법제도 마련과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은 오픈뱅킹 성공을 바탕으로, 에너지, 통신, 교통, 유통, 주택 등 전 분야에 데이터 이동과 활용을 보장하기 위한 스마트 데이터 제도(Smart Data Schemes)를 지난 6월 법제화했다. 호주는 소비자 데이터 권리(Consumer Data Right) 제도를 고도화하여 신뢰할 수 있는 사업자에게 데이터 조회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한 실행까지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더 이상 한국의 마이데이터가 단연 독보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로운 시도에는 항상 우려가 따른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우리 삶의 다양한 문제를 마이데이터로 풀어갈 수 있도록 또 한 걸음 내디뎌야 할 시점이다.
이정운 뱅크샐러드 최고법무책임자(CLO) jul@banksalad.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