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액션 영화 ‘람보’(1982)를 만든 캐나다 영화감독 테드 코체프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멕시코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교도통신, UPI 통신 등이 13일 전했다. 향년 94세.
코체프는 1931년 캐나다 토론토의 불가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토론토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24세 때 캐나다 방송사 CBC에 입사, 최연소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1958년 캐나다를 떠나 영국에서 BBC 등과 협업하며 경력을 쌓았다.
1960년대 영화계로 뛰어든 코체프는 1971년작 ‘웨이크 인 프라이트’로 유럽 비평가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캐나다로 돌아간 뒤 ‘더디 크레이비츠의 수습 기간’(1974)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대상(황금곰상)을 받았다. 캐나다 영어권 영화감독이 만든 극영화가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첫 사례였다.
할리우드에 진출해 ‘딕과 제인과 함께하는 재미’(1977), ‘노스 댈러스 포티’(1979) 같은 인기 영화를 만들었다.
코체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람보’다. 1982년 ‘퍼스트 블러드(First Blood)’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먼저 시비를 건다’ 는 뜻의 미국 속어로 데이비드 모렐의 동명 소설(1972)을 각색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존 람보(실베스터 스탤론)가 옛 전우를 찾아 미국 한 시골 마을에 갔다가 자신을 폭행하는 경찰과 충돌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람보는 귀국 후 민간생활에 다시 적응하지못하고 고뇌하는 모든 월남참전용사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불사신과도 같은 람보가 옛상사를 붙들고 눈물을 흘리며 절규하는 라스트신이 특히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권투영화로 보아왔던 실베스터 스탤론의 또 다른 연기력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혼자서 전쟁을 계속하려는 건가. 작전은 끝났어.”
“아무것도 안 끝났어요. 아무것도. 말 돌리지 마세요. 이건 내 전쟁이 아니었어요. 대령님이 부탁했지 제가 부탁한 게 아닙니다. 난 이기기 위해 싸웠지만, 누구도 내가 이기게 해주지 않았어요. (중략) 난 건십을 조종할 수 있었습니다. 탱크도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백만 달러 장비도 맡았는데 여기 돌아오니 주차장 종업원도 못 해요.”
‘람보’ 1편은 단발성 영화로 기획됐으나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세계 각국에서 커다란 사랑을 받아 2019년까지 총 4편의 속편이 제작됐다.
다만 코체프는 시리즈의 첫 작품에만 관여했고 나중에 나온 ‘람보2’ 등 속편들은 모두 다른 감독이 만들었다. ‘람보’ 이후 눈에 띄는 코체프의 작품으로는 ‘지옥의 7인’(1983), ‘베니의 주말’(1989) 등이 있다.
코체프는 생애 말년인 2016년 불가리아 시민권을 취득했고 불가리아 이웃 나라인 북마케도니아 예술위원회에서 활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