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개척 경쟁···K-조선 쇄빙선이 '판' 바꾼다

2025-07-20

'해상 게임 체인저'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너도나도 선점경쟁에 뛰어들면서 K-조선은 '쇄빙선'이란 또 하나의 추가 엔진을 장착하게 됐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북극항로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국내 조선업계도 닻을 올리고 속속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북극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로서, 이 항로가 개척되면서 운송 시간이 최대 40%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해상물류지만 사실상 북극해 패권을 차지하려는 강대국들의 정치·경제·군사적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부닥치는 곳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쇄빙선 시장은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24년 286억 달러(39조4700억원)에서 2032년 398억 달러로 연평균 4.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극 쇄빙선 시장은 연평균 6.5%의 더 가파른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쇄빙선은 두꺼운 얼음층을 깨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만큼 일반 선박보다 강재 두께가 1.5~2배 두껍고 특수 장비가 다수 탑재돼 선가도 높은 수준이다.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모두 쇄빙선 건조 기술을 보유하면서 이미 역량을 입증한 상태다.

다만 실질적인 수주·납품 실적에서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아직 수주 경험이 없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항로는 경제적·군사적·지정학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며 해당 포인트들이 상호연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쇄빙 선박 발주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돼 건조경험이 있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재로서는 한화오션이 쇄빙선 경쟁에서 가장 먼저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과거 2008년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시절 극지 전용 선박 개발을 시작해 2014년 15척, 2020년 6척 등 세계 최다인 21척의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건조한 경험이 있다. 그동안 쌓아온 쇄빙선 건조 역량 덕분에 글로벌 무대에서의 존재감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기회를 틈타 한화오션도 "발 빠르게 쇄빙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키워나가겠다"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달엔 해양수산부에서 추진하는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김호중 한화오션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압도적 실적으로 검증된 세계 최고 쇄빙 기술력으로 이번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증명하는 한편 쇄빙선 수요가 커지고 있는 미국 측에도 한화오션의 쇄빙선 건조 역량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쇄빙선 사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비록 이번 차세대 쇄빙선 건조 입찰에선 2순위로 밀렸지만 여전히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 그동안 러시아를 중심으로 쇄빙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면 이번 기회에 글로벌 다각화 전략을 펼칠 기회를 맞았다.

그동안 삼성중공업은 주로 러시아 수주를 통해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2005년 러시아 소브콤플로트사로부터 세계 최초의 양방향 쇄빙유조선 3척을 수주한 데 이어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쇄빙 LNG운반선 22척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계약 해지에 이어 손해배상 청구까지 '러시아 리스크'에 시달린 삼성중공업은 기존 러시아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미국·중동·북유럽까지 진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기술개발이 한창이다. 단순한 쇄빙선 건조를 넘어 쇄빙 기술을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다양한 선종에 접목하고 있다. 특히 수소 연료전지, 암모니아 추진 시스템 등 친환경 연료 시스템과 자율운항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쇄빙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쇄빙선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쇄빙선은 탐사, 수송, 군사 등 다양한 곳에서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글로벌 흐름에 따라 신성장동력으로서 육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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