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 발전과 한국 증시
AI 알고리즘 특정 데이터나 의견 강조
증시 변동성 과도하게 반영하는 경향
금융 교육·정보 공개 인프라 개선 필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정보기술의 발전은 한국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AI는 한국 증시의 ‘쏠림 현상’ 등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23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증권시장의 대응 전략’을 주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 세계증권포럼’에서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AI와 빅데이터가 개인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기준 국내 증시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60% 이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개인투자자는 기업보다 정보가 부족하고, 리스크 관리도 미흡한 면이 있어 이들의 ‘쏠림 매매’가 기초지수의 본질적 가치보다 국내 증시에 변동성이 과도하게 반영되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가 특정 데이터나 의견을 강조해 사람들을 특정 의견에 더 많이 노출되게 한다”며 이 같은 특징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 알고리즘은 증권사 등에서도 쏠림 현상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이 이용하는 투자 AI가 서로 다른 모수로 출발해도 강화학습을 거친 결과 같은 주식을 사고 팔려고 하는 ‘내재적 담합’ 현상을 보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개인투자자의 집단행위가 더 빈번해진 점도 국내증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2021년 ‘게임스탑 사태’에서 본 것처럼 개인들이 기관투자자에 맞서 결집한다면 행동주의 펀드 등은 주주가치제고 활동을 위해 더 많은 지분이 필요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기술 발전에 따른 역효과를 방지하려면 공시정보 실시간화 등 정보 비대칭 해소를 통한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이 교수는 제언했다. 아울러 “초단기 투자나 과도한 레버리지 전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파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이사도 일본이 2010년대 활발한 금융교육으로 소액·장기 개인투자 문화를 정착한 점을 참고하자고 제언하면서 “개인투자자 행태 교정을 위한 금융교육과 정보 공개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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