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 2세 신동주 회장, 조세회피처 싱가포르에 법인 3곳 설립

2025-03-17

[비즈한국] 롯데그룹 창업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은 차남 신동빈 회장에게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물려줬다. 준법경영 위반으로 해임된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한국과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양국 법원은 모두 그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롯데그룹 경영 복귀에 실패한 신동주 회장은 보유하던 국내 롯데 계열사 주식을 전부 매각해 현금 1조 3000억 원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신동주 회장이 주식 매각 이후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싱가포르에 법인 3개를 설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사실을 비즈한국에 알린 제보자는 신 회장이 싱가포르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자금세탁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비즈한국이 싱가포르 현지를 찾아 그 실체를 확인했다.

신동주 회장이 싱가포르에 설립한 법인은 모두 3개다. 싱가포르 법인등기 자료(Bizfile)에 따르면 신 회장은 2021년 6월 11일 ‘S&C FUND’와 ‘OFFICE S&C’를, 이듬해 3월 4일 ‘SD&CE HOLDINGS’를 설립했다. 회사명에 들어간 ‘S’와 ‘SD’는 신동주 회장 본인을, ‘C’와 ‘CE’는 아내 조은주 씨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S&C FUND’의 발행 및 납입 자본금은 100USD(미국달러, 약 14만 5000원)이며, 사업목적은 ‘Trusts, Funds and Similar Financial Entities(신탁 금융사)’로 확인된다. 등기이사는 신동주 회장과 아내 조은주 씨 부부가 유일하다. 마지막으로 설립된 ‘SD&CE HOLDINGS’도 ‘S&C FUND’와 마찬가지로 발행 및 납입 자본금이 100USD이며, 신동주 회장과 조은주 씨가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사업목적은 ‘Other Holdings Campanies(지주사)’로 확인된다.

싱가포르에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제보자는 “발행 및 납입 자본금을 100USD로 신고한 회사 대다수가 페이퍼컴퍼니”라면서 “본점 소재지에 직접 찾아가보면 싱가포르 현지 컨설팅 업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동주 회장이 설립한 세 회사는 본점 소재지가 모두 같다. 싱가포르 로빈슨로드에 위치한 ‘Robinson77’ 빌딩 20층 1호. 비즈한국은 지난 4일과 5일 ‘Robinson77’ 빌딩을 방문했으나 20층 출입이 불가했다. 다만 1층 로비에 붙은 층별 안내도를 살펴보니 20층 1​호에는 ‘Trident Trust Company Pte Limited’라는 싱가포르 현지 법인명이 적혀 있었다.

‘Trident Trust Company Pte Limited’는 2009년 11월 영국인 ‘Sean Andrew Coughlan’이 설립한 컨설팅 업체로, 앞서 제보자가 지적한 대로 현지 컨설팅 업체 사무실이 신동주 회장 회사의 본점 소재지로 등록됐다. 제보자는 “전 세계 부호들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컨설팅 업체에 위탁해 자금을 운용한다. 신동주 회장 역시 ‘Trident Trust Company Pte Limited’에 자금 관리를 맡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회장이 두 번째로 설립한 ‘OFFICE S&C’는 다른 두 회사와 성격이 다르다. ‘OFFICE S&C’의 발행 및 설립 자본금은 16만 100USD(약 2억 3290만 원)이고, 신동주 회장과 조은주 씨 이외에도 싱가포르 재무관리자 ‘Alphonse Reni Lim’이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사업목적도 싱가포르에만 존재하는 ‘Single/Multiple Family Offices activities(패밀리오피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싱가포르 현지 세무사 및 컨설팅 업체에 따르면 싱가포르경제개발청은 2억 SDG(싱가포르달러, 약 2200억 원)의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회사에만 ‘패밀리오피스’ 자격을 부여한다. 즉 신동주 회장이 2000억 원이 넘는 현금 자산을 ‘OFFICE S&C’에 넣어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세 회사는 지분으로 연결됐다. 신탁회사 ‘S&C FUND’와 패밀리오피스 ‘OFFICE S&C’의 지분 100%를 지주사 ‘SD&CE HOLDINGS’가 보유하고, ‘SD&CE HOLDINGS’의 지분 100%를 신동주 회장이​ 단독 보유한다. 신 회장 아래 지주사, 그 아래 신탁회사와 패밀리오피스를 둔 ‘옥상옥’ 구조인 셈이다.

제보자는 “신동주 회장이 지주사에서 높은 배당금을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고, 상속·증여세도 없으며, 외환신고도 비교적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신탁사, 패밀리오피스, 지주사의 세 가지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신동주 회장이 싱가포르 회사 설립 과정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실도 드러났다. 비즈한국이 확인한 세 회사의 법인등기부에는 신동주 회장과 아내 조은주 씨의 거주지 주소가 본점 주소와 동일하다. 그러나 이 주소지는 앞서 확인했듯 영국인이 운영하는 컨설팅업체 ‘Trident Trust Company Pte Limited’의 사무실이며, 거주지 등록이 안 되는 곳이다.

싱가포르 현지 세무사는 “싱가포르는 한국과 달리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계좌번호 등이 핀번호 하나로 돼 있는데, 신동주 회장의 핀번호를 조회해보니 거주지가 싱가포르의 베벌리힐스로 통하는 나심힐(Nassim Hill)의 고급빌라로 확인된다. 회사 설립 당시 거주지를 회사 주소로 등록한 것을 보니 회사 설립 후에 거주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싱가포르에서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이 법인을 설립할 수 없다. 따라서 신 회장의 행위는 ‘Companies Act(회사법)’ 401조와 ‘Penal Code(형법)’ 177조를 위반한, 엄연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신동주 회장과 아내 조은주 씨가 동시에 세 회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싱가포르에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는 제보자는 “싱가포르 ‘Employment Act(고용법)은 한 회사의 등기임원이 다른 회사의 등기임원을 겸직할 수 없다고 명확히 규정하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등기이사 겸직이 이해상충을 초래할 수 있어 각 회사의 정관이나 내부 규정을 통해 제한 및 금지하고 있다. 동시에 세 개 회사의 등기이사를 겸직하는 건 매우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비즈한국은 SDJ코퍼레이션에 이 같은 내용을 문의했으나 회사 관계자는 “확인 후 연락하겠다”고만 한 뒤 회신을 하지 않았다.

한편 신동주 회장 부부가 거주하는 나심힐거리 고급빌라의 부동산등기부를 확인한 결과 집 소유자는 신 회장 부부가 아니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싱가포르에는 전세가 없으며, 현재 이 빌라의 월세 시세는 1만 3000SGD(약 1500만 원) 수준에 달한다. 또 두 사람의 핀번호 맨 앞자리가 G로 시작되는데, 이는 취업비자를 뜻한다. 신 회장 부부가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아닌 취업비자를 취득한 후 법인 설립을 추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싱가포르=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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