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A 칼럼] 트럼프 2.0 시대 한국 국익을 위한 대미정책 우선순위는

2025-02-03

안보·경제 아우르는 '콘트롤타워 구축' 시급

'아메리카퍼스트'에는 '코리아퍼스트'로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마지막으로 일을 성공시키는 한 가지 성공의 열쇠는 약간의 허세다. 나는 사람들의 환상을 자극시킨다. 나는 '건전한 과장'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남들이 그렇다고 말해주면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약간의 과장은 아무런 손해도 가져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가장 크고 위대하고 특별한 대상을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가 돌아왔다. 위 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트럼프를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길이 바로 이 책에 있다고 한 트럼프의 저서 '거래의 기술(Trump: The Art of the Deal)' 중 "네 번째 조언: 언론을 이용하라"에 나오는 대목이다.

트럼프에게 거래(deal)는 일종의 예술이고 목표다. 그는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캔버스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또 훌륭한 시를 쓴다. 그러나 나는 뭔가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큰 거래일수록 좋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정치이단아'이자 '허풍쟁이'로 불리는 트럼프가 인종차별과 고립주의, 보호무역 발언 등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면에는 그만의 냉철한 협상기술과 얻고자 하는 목표가 감춰져 있다는 의미다.

많은 이들은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상당 부분 민주당의 정책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는 의료보험 개혁을 찬성하고, 유색인종과 성소수자(LGBTQ+) 권리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을 하고, 낙태가 처벌받아서는 안된다며 옹호했었다.

트럼프는 여러 차례 정당을 옮겼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는 민주당 소속이었으나, 2008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매케인을 지지했다. 하지만 그는 친민주당 성향인 미국 주류 언론들과 마찰이 심했는데, 이 매체들이 '트럼프는 나쁘다'고 매일 보도하자 오히려 공화당의 다른 후보들보다 인지도가 높아지며 굳건한 지지층을 갖게 됐다. 결국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경선을 1위로 통과한 후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게 된다.

스스로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트럼프의 행보는 기존 정치권에게는 혼란을 준 반면, 기성 정치인들에게 피로를 느끼고 있던 유권자들에게는 현재 미국의 문제점을 정확히 직시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며 지지를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25대에 이어 2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는 대선과정에서 '관세 무기화'를 공약한 대로 오는 4일(현지시각)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추가로 10%의 보편적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고 지난 1일 최종 결정하며 세계 경제질서에 상당한 충격을 예고했다.

이미 1기 재임 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하며 팍스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평화) 해체와 자국 내 제조업 부활, 무역 불균형 해소 등을 추진했던 트럼프의 복귀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안보와 경제에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과 탈냉전 시대 이상의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취임 이후 일단 안보문제보다는 경제정책에 집중하고 있는 트럼프는 특히 중국 등 비동맹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도 고율 관세 부과와 무역 재협상을 통해 미국의 제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대한상의)에서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와 상대국과 동일한 수입관세율을 부과하는 '상호무역법' 도입을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것"이라며 "동맹, 비동맹 구분 없이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압박 및 무역장벽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목표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수입품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고용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위한 방안으로 보이지만, 이 같은 관세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한국과 세계 각국 경제에 적잖은 충격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심지어 세계 경제질서를 유지하는 핵심조직인 세계무역기구(WTO) 무력화와 탈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2.0시대 한국의 과제는 안보·경제 총괄 '콘트롤타워 구축'

12·3 비상계엄 사태로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구속이란 상황에 처한 한국사회의 과제는 이미 출범한 트럼프 2.0시대를 맞아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룰로 수용돼온 다자 간 협력에 의한 국제질서보다는 미국의 우월한 힘을 이용해 양자협정이나 접촉을 통해 다른 나라에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겠다는 강요나 다름없다.

미국이 한국과 안보·경제를 망라하는 공존의 대상이자 파트너로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맹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4년간 미국을 이끌어갈 트럼프 정부에 맞서 한국의 국익을 수호할 콘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하고 절실하다.

지금 한국사회가 정상외교를 수행할 수 있는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이고 권한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긴 하나, 외교안보와 경제, 사회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트럼프 2.0시대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국익 전략을 마련하는 것은 각 부처는 물론 범정부적 차원에서도 시급히 준비하고 시행해야 할 일이다.

콘트롤타워에 더해 '거래의 기술자' 트럼프와 제대로 된 '딜'을 할 수 있는 차기 지도자 선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헌법을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의 국익은 ▲국가안전보장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신장 ▲경제발전과 복리증진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기여 다섯 가지다.

트럼프의 '아메리카퍼스트'에 대한 한국의 답은 '코리아퍼스트'다.

medialyt@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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