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중개서 카드 비교로…올해는 '비즈니스 확장' 전환점 될것"

2025-01-22

“10년 전 금융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금융기관이 대출자를 일방적으로 심사하는 관계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기술과 데이터로 대출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결하고 싶었죠.”

국내 최대 대출 비교·관리 플랫폼인 핀다의 이혜민 공동대표는 22일 서울 강남구 핀다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난 10년을 뒤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박홍민 공동대표와 2015년 핀다를 함께 설립해 10년째 이끌고 있다. 20대부터 창업에 뛰어들어 다양한 경험을 한 이 대표가 네 번째로 창업한 기업이 바로 핀다다. 이 대표와 박 대표는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털(VC) ‘500글로벌’에서 처음 만나 핀테크 기업을 창업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공동대표는 2011년 글로시박스, 2012년 피플앤코, 2012년 눔코리아를 공동 창업하며 ‘창업 전문가’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런 그가 10년을 오롯이 투자한 기업이 바로 핀다다. 이 공동대표는 “억지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사업의 흐름에 따라서 올해가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올해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사업 카테고리로 본격적으로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핀다는 지난 10년간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성장해왔다. 지난해 7월과 8월 월간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4분기에는 분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3년 만의 분기 흑자 달성인 셈이다. 핀다는 연간으로는 2022년 216억 원, 2023년 24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공동대표는 비용 효율화를 흑자 전환 배경의 주된 요소로 꼽았다. 그는 “금융사와 고객을 중개하는 데 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체계적으로 소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동안 대출 중개를 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케팅 효율도 높이는 고도화를 잘 해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기관들과 협업을 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낸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창업 10년 전환점을 맞는 올해 핀다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 공동대표는 “올해를 비즈니스 확장의 해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대출 비교 중심이었던 서비스 범위를 카드 등 다른 금융 서비스로 넓히고 인공지능(AI)을 접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소상공인을 포함한 사업자 대출 시장 공략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핀다는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저축은행 등 1·2금융권의 75개 금융사를 제휴사로 확보해 국내 대출 관련 플랫폼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신용대출부터 주택담보·전세대출은 물론 사업자대출까지 취급하는 상품 수도 300개 이상이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면 각 상품의 금리와 특징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대출 신청까지 연결되는 편리함이 핀다가 많은 협력사를 확보한 비결이다.

실제 이달 초 신한·삼성·롯데카드 등 3개 회사와 손잡고 30여 개의 카드를 비교·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금융 상품 비교 영역을 한층 넓힌 셈이다. 이 공동대표는 “이용자는 교통·통신·주유·문화 등 소비 패턴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카드를 비교하고 캐시백·연회비·실적 등 조건을 토대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시 핀다의 앱에 접속하면 각 카드 상품을 비교하고 신청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이 공동대표는 “단순 비교나 추천에 그치지 않고 고객들에게 카드 소비뿐만 아니라 대출과 자산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현금 흐름을 분석해 개인화된 피드백과 가이드까지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제휴 은행과 공동으로 핀다를 통해 대출을 받은 고객이 발급 받을 수 있는 전용 신용카드 출시도 올해 계획 가운데 하나다. 이 대표는 “핀다에서 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핀다 카드를 쓸 때 더욱 확실한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카드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대출을 받을 때 기존 은행권 신용카드를 발급해도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이러한 카드들은 우대금리 혜택이 적을 뿐만 아니라 발급 프로세스도 열악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신용카드들은 끼워팔기 식으로 판매되던 상품이다 보니 고객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것들을 개선하면 좋을지 등에 대한 고민 없이 만든 카드들이 많다”며 “이런 약점을 개선할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자 대출 시장은 AI를 접목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공략에 나선다. 이 대표는 “전북은행과 KB국민은행·케이뱅크 등 1금융권 3곳을 비롯해 11개 금융기관의 사업자 전용 대출 상품을 중개하며 쌓은 빅데이터 분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022년에는 약 1억 3000만 개의 상권 빅데이터를 보유한 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인수한 후 예비 창업자와 기창업자를 위한 상권 분석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개인사업자 고객들의 누적 대출 약정 금액이 1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들어 개인사업자들이 급격히 핀다로 몰리면서 핀다의 사업자 대출 신청 건수도 2023년보다 2배(101%) 증가했다. 앞으로도 개인사업자 고객들의 소득 창출 및 현금 흐름 특성을 고려한 맞춤 상품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 등 사업자 고객들의 다양한 금융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사업자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사들을 최대한 많이 연결하려 하고 있다”며 “좋은 대출 상품을 발굴해서 고객과 연결해 주는 게 향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휴사 확대는 핀테크 기업의 생존 전략이자 성장 전략이라는 것이 이 대표가 세운 철학이다. 그는 “최근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만큼 핀테크 기업이 전통 금융사와 협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핀다는 금융사가 아닌 만큼 금융사와의 제휴를 기반으로 상품을 다양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23년 7월 JB금융과 2023년 7월 주식을 상호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핀테크-금융그룹 동맹’을 맺은 것도 그 일환이다. 핀다와 JB금융은 주택담보대출 등 비대면 상품 거래와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며 협력 관계를 다져가고 있다. 전북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상품인 ‘JB우리집대출’, 광주은행 ‘KJB모바일 아파트 대출’ 같은 상품들이 동맹의 결과물이다.

향후 고객군을 다방면으로 확대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그동안 핀다의 메인 고객은 3050세대 남성이었지만 대중적인 서비스로 발돋움하기 위해 고신용자 대상 금융 서비스 개발을 추진한다. 이 공동대표는 “3050 남성들의 신용점수는 다양하지만 유독 중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고신용자들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초심을 잃지 않고 핀테크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른 핀테크 기업들이 제4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속속 참여했지만 핀다는 대세에 휩쓸리기보다 대출에 포커스를 맞춘 서비스를 뚝심 있게 고수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She is…

△1984년 서울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2007년 STX 전략사업기획실 △2011년 로켓인터넷·글로시박스 공동 창업자 겸 CSO △2012년 피플앤코 공동 창업자 겸 공동대표 △2012년 눔코리아 공동 창업자 겸 공동대표 △2015년~ 핀다 공동 창업자 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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