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스타트업 피벗의 기쁨과 슬픔🌆
시장은 생물이다. 거시경제 변수는 분초마다 바뀌고, 소비자의 니즈도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한다. 그때그때 자세를 바꿔 잡을 줄 아는 기업만이 내일도 영업할 수 있다. 하물며 패기 하나 쥐고 막 태어난 스타트업이라면? 순간의 선택이 당장의 생사를 가르기 마련. 빠르고 정확한 피벗(pivot·사업 방향 전환)이 중요한 이유다.
투자시장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요즘 같은 시절, 피벗은 생존의 기본기다. 그러나 어디 쉬운 일인가? 한 스타트업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내린 피벗 결정은, 몸소 터득한 온갖 교훈의 결정체다. 저마다 피벗 경험을 공유하는 일은 그래서 귀하다. 팩플이 피벗을 경험한 국내 15개 이상 스타트업 임직원, 벤처캐피털(VC) 관계자, 전문가들을 만났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생생한 ‘현실판’ 피벗 경험담과 그 안에서 배운 것들. 엑기스만 담아 3회에 걸쳐 전한다.
Today’s Topic
‘피벗생존’ 당신이 아는 그 회사도 했다
스타트업 피벗의 기쁨과 슬픔 ①
살기 위한 몸부림, 그게 바로 스타트업 피벗이다. 대외환경이 불확실성으로 넘실대는 요즘엔 특히 많은 스타트업이 피벗을 고민하고 있다. ‘이건 무조건 된다’며 야심 차게 들고나온 사업 모델도 시장의 쓰디쓴 성적표에 싹 다 갈아엎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피벗을 마무리한 국내 한 스타트업은 “왜 피벗인가”란 질문에 간단히 이렇게 답한다. “이대로 가면 망할 것 같았다.” 물론 피벗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하나 그마저도 안 하면, 생존확률은 0으로 수렴한다. 그만큼 피벗은 기업의 반전을 결정하는 승부수. 피벗의 (거의) 모든 것. 팩플이 0에서 1을 만든 ‘피벗 유경험자’ 15개 국내 스타트업의 실제 사례 등을 취재해 담았다.
1. 누구나 아는 그 기업의 과거
피벗? 생소하다면 다음 3가지 퀴즈부터 풀어보자.
1. 동영상 플랫폼 A사는 2005년 ‘튠인 훅업(Tune in hook up)’이라는 영상 기반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참여자가 영 늘지 않자 한 달도 안 돼 서비스를 접었다. 대신 창업자는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 동영상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는 점을 포착, A란 이름으로 다시 플랫폼을 열었다. 구글은 2006년 A를 16억5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2. 소셜미디어(SNS) B사의 시작은 2010년 초 사용자가 특정 장소에서 체크인을 하고 사진을 공유하면 포인트를 주는 위치 기반 소셜 앱 ‘버븐(Burbn)’이다. 사용자들은 버븐의 여러 기능 중 유독 사진 공유에만 관심을 보였다. 이후 창업자는 다 버리고 사진 공유만 살려 피벗했다. 그렇게 탄생한 B는 2012년 페이스북에 10억 달러에 팔렸다.
3. 2009년 ‘타이니 스펙’이라는 게임사가 글리치라는 온라인 게임을 개발했다. 개발 과정에서 효과적인 내부 소통을 위해 사내 메신저를 함께 만들어 썼다. 야심 차게 개발한 글리치는 게이머들의 외면 속에 2012년 서비스를 종료. 하지만 회사는 당시 만든 사내 메신저를 상품화했다. 2013년 출시한 글로벌 업무 협업 툴 C가 바로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