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사업에서 사실상 국내 대기업의 서비스형 플랫폼(PaaS)만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중견 국산 PaaS를 차별 없이 도입해서 생태계를 육성해 온 기존 정책을 뒤집은 것으로, 사업 기회 박탈이 예상되는 국내 상용 PaaS 업계는 고사 위기감이 커졌다.
입찰이 진행 중인 '2024년 근로복지공단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사업' 제안요청서(RFP)를 살펴본 결과,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의 서비스 또는 오픈마켓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구성해야한다'는 내용이 새롭게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문구는 PaaS의 클라우드 네이티브 핵심 사항인 △컨테이너 기반 오케스트레이션과 서비스 메시 △지속 통합·배포(CI/CD) 구현 등에 적용됐다.
민간 CSP는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삼성SDS 등 국내 대기업 계열사로 국한된다.
이를 고려하면 민간 CSP가 자체 또는 오픈마켓(마켓플레이스)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 구성한 PaaS를 공급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상용 PaaS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제공하는 PaaS만을 공급받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 발주 기관인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논란된 문구를 포함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총 10개에 이르는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사업을 발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NIA는 국가정보화 담당 기관이다.
이는 기존 정책과 배치된다. 그동안 정부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 PaaS 기업을 육성해왔다.
실제 NIA는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 표준 모델인 'K-PaaS' 사업을 주도해왔다. K-PaaS 시험 인증을 통과한 민간 K-PaaS만 18개사에 이르고, 공공과 민간에 적용한 사례만 235건에 달한다.
다른 상용 PaaS 업체 관계자는 “NIA가 K-PaaS 사업을 운영해오고도, 기술력을 입증한 중소·중견 업체의 상용 PaaS를 공급받지 않겠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문구 수정 없이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사업이 추진될 경우 상용 PaaS 업계는 참여 기회를 박탈당하고,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상용 PaaS 업체는 기술 고도화 등 연구개발(R&D)에만 수백억원 이상 지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용 PaaS 업계는 정부가 대기업 PaaS만을 공급받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문제된 문구를 '상용 PaaS 혹은 PaaS 소프트웨어로 활용·구성해야한다'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공공 클라우드 네이티브 사업에서 모든 PaaS 업체에 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NIA 관계자는 “오해 소지를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있는지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