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이효진 기자] 국내 화장품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실적에 희비가 엇갈렸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의 효과로 서구권 매출이 급증한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정면돌파’를 택한 중국 시장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는 미미한 것이 격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가 3분기 실적부터 본격화된 반면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HDB)과 음료(Refreshment) 사업의 실적 부진이 화장품 사업의 회복세를 가렸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 68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50억 원으로 160% 급증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 7,136억 원, 영업이익 1,06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영업이익은 17.4%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LG생활건강이 더 컸으나 실적 성장의 방향은 달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한 데 비해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했다.
이처럼 엇갈린 양사의 실적에는 해외사업에서의 성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의 효과로 올해 3분기 서구권 매출이 급증했다. 라네즈 등 주요 브랜드들이 북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것과 더불어 서구권 매출 비중이 높은 코스알엑스의 실적 편입 효과가 컸다.
실제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은 전년 대비 1.6% 하락한 5,3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해외 사업은 미주 매출이 108% 증가하고 EMEA(유럽, 중동, 아프리카)에서 339% 매출이 확대됐다.
코스알엑스의 실적 편입 효과와 함께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주요 브랜드가 다양한 지역에서 고객 접점을 확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기타 아시아 지역 역시 활발한 신규 브랜드 진출과 함께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로 큰 폭의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2024년 3분기 실적 (단위 : 억원, %)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미주 지역에서는 주요 브랜드의 호조와 코스알엑스 인수 효과로 매출이 2배나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EMEA 지역에서는 매출이 4배나 성장했고 기타 아시아 지역의 경우 주요 브랜드의 고른 활약과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로 52%나 매출이 증가했다.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에서는 설화수와 라네즈를 중심으로 매출이 성장했으며 일본에서도 라네즈와 프리메라 등이 선전하며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화권의 경우 주요 이커머스 채널 거래 구조 변경과 오프라인 매장 정예화로 전체 매출이 하락하고 사업 구조 개선 작업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화권에서의 사업을 축소하고 서구권에서 활로를 찾은 것과 달리 LG생활건강은 중국에서 더후 브랜드를 중심으로 실적 회복의 불씨를 키워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해외 매출은 4,60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중국이 12.1% 상승한 1,539억 원이었고 일본은 10.1% 늘어난 961억 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사업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한 6,506억 원, 영업이익은 42.8% 증가한 114억 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헬스앤뷰티(H&B) 등 국내 주요 육성 채널에서는 성장을 지속했으나 면세점 업황 둔화와 해외 사업 효율화 영향으로 전체 매출은 하락했다.
중국에서는 더후 브랜드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매출 고성장이 이어졌다. 직전 분기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투자를 확대했지만 해외 수익성 개선 효과가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LG생활건강 2024년 3분기 실적 (단위 : 억원, %)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의 북미 시장 대응을 위해 전략 브랜드와 제품을 집중 육성하고 북미 전용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그러나 지난해 구조조정 여파가 지속되면서 북미 매출은 감소했다.
생활용품(HDB), 음료 등 비화장품 사업이 실적 부진도 LG생활건강의 발목을 잡았다. HDB 사업은 지난해 북미 사업 효율화 영향이 지속되며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5,626억 원, 영업이익은 11.8% 감소한 412억 원을 기록했다.
음료 사업은 내수 경기 부진으로 음료 소비가 둔화되면서 매출이 5,0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여기에 원부자재 단가 상승과 음료 시장 내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도 535억 원으로 27.5% 역성장했다.
증권가는 LG생활건강의 실적 반등이 내년부터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3분기 실적에 대해 “화장품 사업은 낮은 기저 영향으로 성장을 보였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비화장품 사업도 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분기 분위기도 3분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며, “실적 회복은 내년부터 가시화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이 면세 채널보다는 해외 사업 확대로 전략을 선회한 만큼 더후 리브랜딩과 비중국 사업 확대의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며, “중장기적으로 체질적 변화를 위한 시도는 긍정적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