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생' 공언한 KR산업, 분양대행 수수료 '차일피일'…협력업체 '곡소리'

2024-12-17

백석 스타비즈 지산, 분양대행 수수료 지급 '미동의'

KR산업 홈페이지 '협력사 상생' 강조…'표리부동' 지적

협력업체 "영세 하도급 죽이는 행위"…공정위 신고·소송 검토

[미디어펜=조성준 기자]KR산업(사장 박희성)이 협력업체인 분양대행사에게 잔금 수수료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분양을 맡겨 놓고 대행 수수료 지급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KR산업이 윤리경영을 경영 철학으로 강조한 것과 모순된 갑질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KR산업은 하도급 공정거래 문화정착을 위해 불공정 하도급 거래 관행을 개선함으로써 원수급자와 협럭업체 간 바람직한 상생협력관계 수립에 기여했다고 강조해왔다.

18일 미디어펜 단독 취재 결과, KR산업은 천안 백석 스타비즈 지식산업센터 분양대행사 니소스씨앤디에게 잔금 수수료 약 4억 원의 지급 동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남 천안시 일대에 위치한 백석 스타비즈 지식산업센터는 시행사 갑오, 시공사 KR산업, 신탁사 KB부동산신탁 등이 사업 주체로 참여했다. 최고 11층 244실(지원시설 및 근린생활시설 포함) 규모로 지난 5월 준공 후 분양을 진행 중이다. 이 중 니소스씨앤디가 분양을 완료한 호실은 164실이다.

계약에 의하면 분양 대행 수수료 지급 의무는 시행사인 갑오에게 있으나 시공사인 KR산업과 신탁사인 KB부동산신탁의 동의를 얻어야 집행된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사업 지분이 가장 큰 KR산업이 지급 동의를 해 주지 않으면서 니소스씨앤디가 정당하게 받아야 할 대행 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니소스씨앤디가 분양을 완료한 호실에 대한 분양대행 수수료는 총 40억 원 수준이다. 수수료 지급 방식은 '계약 시 50%· 중도금 대출 승인 시 40%·잔금 납부 시 10%'로 분할 돼 있으며, 현재 계약에서 대출 승인까지 발생한 90%의 수수료 36억 원은 지급됐으며, 잔금 수수료인 약 4억 원이 미지급된 상태다.

니소스씨앤디 측은 분양 당시만 해도 계약에 따른 수수료를 제때 지급받았으나 지난 5월 입주가 진행되면서 잔금을 납부한 호실의 잔금 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R산업은 지난 5월 입주 시작 당시 초기 입주지연 등의 문제로 수수료 지급을 보류한 이후 지금까지 지급을 미루고 있다. 공사비 미확보 등의 이유로 시행사 운영비와 분양대행사 수수료 지급을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니소스씨앤디는 분양 대행 잔금 수수료를 지급받지 못하면서 직원들의 급여가 밀리는 등 경영에도 중대한 지장을 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니소스씨앤디 관계자는 "KR산업 측이 내년 2월경이 되면 금전적 여유가 생겨 지급할 수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말했지만 현재까지 행보를 볼 때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R산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하도급법 위반 사유로 신고하고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며 "영세한 협력업체를 사지로 몰아넣는 데 항의하기 위해 KR산업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KR산업은 백석 스타비즈 지식산업센터의 분양자 중 약 30%인 44실 계약자가 잔금을 내지 않고 있어 시행사의 경영이 악화됐다며 당장 잔금 수수료 집행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KR산업 관계자는 "대행사 요구 당연히 타당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계약 해지분으로 발생한 시행사 피해가 막대하다. 시행사 대표의 신용은 다 망가졌고 채무도 막대하다"고 말했다.

수분양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사업주체인 시행사의 경영이 악화돼 부도로 이어질 경우 수분양자들의 피해는 물론 하도급 업체들의 줄도산까지 대비해야 한다.

KR산업은 구체적인 시점을 못박지 않았지만 수수료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KR산업 관계자는 "향후 '미분양' 호실이 다시 판매되고 자금이 융통되면 마땅히 분양 대행사에 잔금 수수료를 지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니소스씨앤디 측은 KR산업이 수수료 미지급 이유로 내세운 '미분양'과 분양대행 수수료 지급 여부는 무관하다며 반박했다.

니소스씨앤디 관계자는 "(니소스씨앤디가) 분양 대행을 맡은 164호실은 모두 분양을 완료했다"며 "분양한 호실 중 계약 잔금을 내지 않은 호실도 있는데 이 또한 제외하고 '100% 잔금 지급이 완료된 호실'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청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양 대행 수수료는 계약 내용을 이행해 대금을 지급하라는 것인데 미분양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는 꼴"이라며 "당사가 맡은 분양 대행 업무를 완수한 부분에 대해서 잔금 수수료를 지급해달라는 것인데 사안을 미분양 탓으로 돌리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상생' 강조하며 국토부 장관상 받아…하도급업체 '분통'

업계에서는 시공사가 우월적 지위(수수료 집행 동의)에 힘입어 분양대행사 등 협력업체와의 약속을 어기는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면 사업주체가 당초 약속한 분양 대행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있다"면서 "다음 사업에도 참여해야 하는 대행사는 약자다 보니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R산업이 평소 '윤리경영'을 강조해 온 점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KR산업 박희성 사장은 KR산업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간 존중과 투명 경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KR산업은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윤리경영 섹션을 마련해 총 5장에 이르는 윤리관련 사규를 공개해 놓기도 했다. 제1장 윤리경영 전문에는 "우리는 협력업체와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활동을 통해 상호신뢰와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공동의 발전을 추구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KR산업은 최근 한 시상식에서 협력사와의 상생관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상생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고시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100% 준용해 하도급계약 체결함으로써 협력업체 권리를 보호하고,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도입해 협력업체 대금 지급에 대한 권익을 보호했다는 설명이다.

미디어펜은 해당 수상의 근거로 제시된 협력사 상생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지원과 상생프로그램운영 실태 등에 대해 KR산업 측에 수차례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니소스씨앤디 관계자는 "최근 KR산업이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고 허탈했다"면서 "협력사 상생관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함께 전자적 대금지급시스템을 도입해 대금 지급을 하고 있다는데, 우리 돈은 왜 안주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양대행업은 일선에서 분양 판촉 영업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몇 백만 원에 생계가 휘청거릴 수 있는 매우 영세한 직원들도 많다"면서 "작은 회사도 아닌 KR산업에서 왜 이러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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