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축구 스타들이 현역 선수 혹은 은퇴 후의 진로로 감독이나 코치 대신 ‘구단주’를 선택하고 있다. 단순한 투자 목적을 넘어, 축구계에 남아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BBC가 20일 보도했다.
△모드리치, 챔피언십 스완지 공동 구단주로 : 지난 15일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 스완지 시티 소액 투자자 겸 공동 구단주로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BBC는 “모드리치는 브랜드형 스타가 아닌, 순수한 축구인으로서 구단 경영에 뛰어들었다”며 그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실제 스완지는 최근 3년간 누적 손실 3900만 파운드를 기록 중인 적자 구단이다.

△호날두의 선언 “감독보다 구단주가 더 낫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2월 감독직에 대해 관심이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감독은 선수보다 더 어렵다. 나는 구단주가 되고 싶다. 그것이 내 꿈”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은퇴 후 생계 수단이 아닌, 권한과 영향력의 확장을 지향하는 선택이다.

△이미 투자에 나선 스타들 : 킬리안 음바페는 2024년 프랑스 리그2 SM 캉을 1260만 파운드에 인수하며 구단 경영자로 데뷔했다. 사디오 마네(프랑스 부르주 풋18), 후안 마타(미국 샌디에이고 FC), 윌프리드 자하(잉글랜드 AFC 크로이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잉글랜드 해시태그 유나이티드), 엑토르 베예린(잉글랜드 포레스트 그린) 등도 크고 작은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들은 단지 이름을 빌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인 운영과 방향 설정에 개입하고 있다.

△베컴과 즐라탄도 “감독은 내 길 아냐” : 데이비드 베컴(인터 마이애미, 살포드 시티 공동 구단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하마르뷔 투자자 및 AC밀란 고문) 역시 감독직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둘 다 현역 시절 지도자와의 불화가 많은 선수들이었다. BBC는 “그런 경험이 ‘내가 명령을 받기보다 직접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방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경영 교육까지 받는 ‘신세대’ 선수들 : 요즘 선수들은 단순히 은퇴 후 사업을 꿈꾸는 수준을 넘어, 실제 경영 교육까지 받으며 준비 중이다. 조던 헨더슨(아약스), 타이론 밍스(애스턴 빌라), 일카이 귄도안(맨체스터 시티)은 축구경영 과정을 수강 중이다. 전 리버풀 공격수 로비 파울러는 잉글랜드축구선수협회(PFA) 스포츠 디렉터십 과정에 등록했다.
물론 모든 구단주 프로젝트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음바페가 인수한 캉은 이번 시즌 강등이 유력하며, 에당 아자르와 뎀바 바가 공동 인수한 ‘샌디에이고 1904’는 리그 붕괴로 데뷔조차 못 했다. 다비드 비야가 공동 설립한 퀸스보로 FC 역시 아직 공식 리그 출전을 하지 못했다. 축구 재정 전문가 키어런 맥과이어는 “축구 클럽 대부분은 수익보다 적자가 크다. 구단주는 재정보단 명성과 영향력, 그리고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큰 선수일수록 투자 수익을 낼 가능성도 높지만, 그것이 핵심 동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BBC는 “이제 선수들의 은퇴 후 길은 단순히 방송이나 코치가 아닌, 직접 구단을 이끄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감독이 아닌 ‘구단주’라는 새로운 롤모델이 축구계에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