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문고 재학 시절인 지난해 타율 0.521 맹타
표본 적고 타율만 평가, 이영민 타격상 저주 발생
고교 최고 타자에게 수여하는 ‘이영민 타격상’의 주인공으로 키움 히어로즈 신인 내야수 염승원(19)이 선정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5일 양재 브라이드벨리에서 '2024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시상식' 행사를 개최한다.
염승원은 이 자리에서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예정이다. ‘이영민 타격상’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주최한 고교야구 주말리그 및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15경기 6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들 중 최고 타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염승원은 휘문고 3학년이었던 지난해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521(73타수 38안타) 18타점 11도루 OPS 1.301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했다.
고교 3년간 통산 타율이 4할(0.402)을 넘어섰던 염승원은 지난해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서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염승원은 지명 직후인 지난해 12월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재건술을 받아 현재 재활 중이다.
‘이영민 타격상’의 이영민은 일제강점기인 1920~1930년대 활약한 한국야구 초대 레전드다. 대한야구협회는 이영민이 사망하고 2년 뒤인 1956년 업적을 기리기 위해 고교야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타자에게 특별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고, 1958년 김동주를 시작으로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다.
역사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야구계에 큰 획을 그은 대선수들이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백인천(1959년)을 비롯해 이광환(1965년), 이만수(1977년), 김경기(1985년) 등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아내는 레전드는 물론, 현역으로 활동 중인 최정(2004년), 김현수(2005년), 박민우(2011년) 등이 계보를 이어나갔다.
특히 이영민 타격상을 받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만 3명에 이른다. 김현수와 김혜성(2016년), 배지환(2017년)이 바로 그들.
하지만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 중에는 프로에서 성공한 이들 못지않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선수들 선수들도 상당하다. 이른바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다.
실제로 2000년대 수상자들 중에서는 최정과 김현수를 제외하면 프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데 이어 아예 지명조차 받지 못한 이들도 상당하다. 2010년대 들어 박민우, 송성문, 최원준, 김혜성 등이 성공 사례를 남기는 듯 했으나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수상자=프로 미지명’으로 이어지며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영민 타격상의 저주가 발생하는 이유는 역시나 표본이 너무 적어 선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여기에 선정 기준이 타율만 해당되기 때문에 타자의 다른 능력(장타, 선구안, 주루)이 간과된다. 즉, 고교 최고의 타자가 아닌 타율만 높은 선수를 뽑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이영민 타격상 자체가 폄하될 이유는 없다. 뛰어난 타자로 발전할 수 있는 하나의 근거가 되기 충분하며 실제로 이를 증명한 선수들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고교 무대에서 5할 타율을 기록한 염승원이 프로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