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축산에서 답을 찾다] “해외여행 가서도 축사 쉽게 관리”

2025-06-17

정해진 시간에 소에게 자동으로 사료를 먹인다. 소의 활동량과 체온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건강상태를 들여다본다. 외국 어느 곳에서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축사가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충남 서산시 팔봉면에 있는 청파목장(대표 오세광)에서 이같은 스마트축산의 모습은 이미 현실이 됐다.

한때 서울에서 잘나가던 금융맨이었던 오세광 대표는 2009년 연로한 부모님을 돕고자 축산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2010년 태풍 곤파스가 서산 일대를 덮치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다.

“그 당시 참담한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그래도 마음을 다잡았죠. 제로(0)에서 시작한 김에 노동집약적인 축산업에서 탈피하기로 결심했답니다.”

그 뒤로 오 대표는 축산학은 물론 컴퓨터공학·경영학·사회복지학 등을 전공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또 농업선진국 네덜란드를 여러차례 오가며 정보통신기술(ICT)을 배웠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사료 자동 급이기다. 그는 급이기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다. 열심히 공부한 컴퓨터공학이 큰 도움이 됐단다. 목장 내 일정한 간격으로 기둥처럼 세워진 급이기는 하루 세번 정해진 시간에 사료를 먹이통에 쏟아낸다. 무거운 사료 포대를 일일이 짊어지고 사료통을 돌아다니던 일과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축 목마다 걸려 있는 발정탐지기는 발정주기를 정확히 알려주는 것은 물론 건강까지 관리해준다. 축사 내 온습도, 오염물질 배출을 조절하는 환경제어시스템을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시도도 빛을 발했다.

이같은 다양한 ICT는 노동시간과 노동력을 절감하는 데 공을 세웠다. 기술 도입 전후를 비교해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시간에서 4시간으로, 인력은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오 대표와 가족에게는 삶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오 대표는 “축사를 돌보는 시간을 아껴 조사료·벼 농사에 더욱 신경 쓰고, 또 다른 ICT 개발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청파목장은 조만간 송아지를 양육할 원유 자동 포유기를 도입하고, 완전배합사료(TMR) 공장도 세울 계획이다. 오 대표는 스마트축산은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연로하신 어머니가 소일거리 삼아 축사를 관리하게 된 것도, 3박4일간 외국 여행을 가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축사 내부를 통제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 발 빠르게 도입한 각종 기술 덕분이죠. 스마트축산은 인간과 가축이 행복한 공존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서산=이문수 기자

이 기사는 농민신문·축산물품질평가원 공동기획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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