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한국 스마트팜, 중소농가도 배려해야

2025-06-16

우리나라 스마트팜산업은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좁은 농지면적, 사계절 기후, 낮은 식량자급률, 소비자 요구 다양성 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스마트팜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와 산·학·연·농 간 협력도 발전을 견인했다. 최근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무인화·자동화 기술이 주된 연구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현재의 R&D 방향이 우리 농업 현실에 부합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행 스마트팜 관련 연구는 대부분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중심으로 기획됐다. 연구자들 역시 첨단기술 연구가 과제 선정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로 인해 스마트팜 R&D는 ‘하이테크’에 쏠리게 됐고, 결과적으로 대규모농가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가 형성됐다. 대형농가들이 외국산 장비·시스템을 선호하는 것도 문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농업시설의 구조적 한계다. 현재 국내 온실 중 최첨단 대규모 유리온실의 비중은 0.6%에 불과하다. 연질 다연동 온실을 포함하더라도 전체 온실의 85% 이상은 여전히 단동형 재래식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 선진국처럼 대형 첨단온실을 기준으로 R&D 방향을 정하는 것은 국내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팜 정책과 기술 개발은 일부 상위 농가만을 위한 하이테크에서 벗어나, 실제 농가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규모 농가를 위한 미들테크나 로우테크도 포함해 균형 있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 단지 기술 수준을 낮추자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 농업 현실에 맞는 실용적이고 확산 가능한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중소농가에 적합한 기술 개발은 관련 산업 전반의 성장 기반을 넓히고, 국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는 과제 공고 단계에서부터 농업시설의 규모, 노후도, 기술 수용 능력 등을 기준으로 기술 수준을 구분하고, 하이테크뿐 아니라 미들·로우테크에도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농가를 균형 있게 지원하는 것이 농업전반의 생산성과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 스마트팜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농업 선진국의 대규모 첨단 모델을 모방하기보다 현장 중심의 실효성 있는 전략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이인복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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