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에서 정형외과 병원을 운영하던 60대 의사 A 씨는 최근 병원을 매각했다. 10년 넘게 잘 운영했지만, 최근 경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 통상 정형외과는 날씨가 추울 때가 성수기인데도 손님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병원들 다수가 겪는 고민이다. 서울 강남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는 한 병원장은 “과거라면 수술을 선택했을 환자들이 약을 받고 더 버텨보겠다고 한다. 통증을 참는 이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내년 경기가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년 목표는 직원들을 내보내지 않으면서 적자를 보지 않는 것인데, 20년 넘게 운영하면서 이렇게 새해가 걱정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40대 B 씨는 추석 연휴 이후 달라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법조인들이 자주 찾는 동네이다 보니 11월부터 연말까지는 송년회로 매출 효과가 상당했었는데, 올해는 11월 매출이 ‘역대 최저’를 찍었다. B 씨는 “11년 동안 서초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힘들었던 11월은 처음”이라며 “회식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다 보니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도 10곳 중 4곳 ‘현상 유지’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보다 올라갔다. IMF와 한국은행은 1.8%, 산업연구원은 1.9%를 예상한다. 올해 전망치(IMF 0.9%)보다 1% 가까이 높다.
그러나 대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좋지 않다. 직원 300명 이상 기업 10곳 중 4곳은 내년도 긴축 경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0인 이상 기업 229개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을 대상으로 2026년 기업 경영전망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4곳(39.5%)이 내년 경영계획 기조를 ‘현상 유지’라고 답했다. ‘긴축 경영’ 31.4%, ‘확대 경영’ 29.1%보다 소폭 높았다.
다만 300인 이상 기업 10곳 중 4곳은 긴축 경영 응답(41.0%)이 우세했다. 특히 긴축 경영을 최우선이라고 답한 기업들은 ‘인력 운용 합리화’(61.1%)와 ‘전사적 원가절감’(53.7%), ‘신규 투자 축소’(37%)를 하겠다고 답했다. 긴축 경영 기조를 밝힌 기업들이 구체적인 계획으로 ‘인력 운용 합리화’를 가장 많이 택한 것은 2016년 말에 한 2017년 전망 조사 이후 9년 만이다.
내년 채용 계획도 올해 수준으로 하겠다는 응답이 52.3%로 가장 많았고,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채용 축소가 41%로 가장 높게 나왔다.
#고환율에도 외화 쟁인다
기업들의 ‘긴축 경영 기조’는 최근 늘어나는 시중은행 기업 달러 예금 잔액으로도 드러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 달러 예금 잔액은 약 537억 4400만 달러, 약 79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대비 21% 늘어난 것이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달러 예금 잔액이 줄지만, 이달에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데도 달러 예금이 같이 늘어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이는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늘리고 환율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달러를 더 쌓아두려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더 어렵다. 한 대기업 하청업체 대표는 “중국 등 해외에서 들어오는 부품을 가져다가 조립, 생산하는데 당연히 달러 결제를 해야 하다 보니 달러를 더 사두는 상황”이라며 “고환율이 된다고 해서 대기업이 단가를 높여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에게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원·달러 환율이 1%포인트(p) 상승하면 같은 분기에 소비자물가는 0.04%p 오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역시 “환율이 1% 상승할 때 소비자물가는 0.03%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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