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잠깐 보려고 했는데”…숏폼 중독 벗어나려면? [건강+]

2024-10-12

한국인, 숏폼 월평균 52시간 시청…OTT 7배

도파민에 중독된 뇌, ‘팝콘 브레인’될 가능성도

우울증·불안·ADHD 등 정신건강에 악영향

사용 시간 줄이고 적절한 운동 필수

대학생 A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오가며 숏폼을 시청한다. A씨는 “아무 생각 없이 릴스를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약속 시간을 깜빡해 친구들한테 뭇매를 맞은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B씨는 숏폼을 보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많다. B씨는 “잠들기 전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 보면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있다”며 “볼 땐 재밌지만 다음 날 피로가 더 쌓이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최근 ‘숏폼(short-form)’이 유행하면서 중독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숏폼은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 짧은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 등의 플랫폼에서 최소 15초에서 최대 10분 이내로 제작된 영상이다.

실제로 숏폼 사용 시간은 넷플릭스나 티빙 등의 OTT 시청 시간보다 7배 이상 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5120만 명을 대상으로 사용 시간을 비교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숏폼 앱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52시간 2분, OTT 앱 사용 시간은 7시간 17분으로 7배 이상 차이 났다. 숏폼 콘텐츠는 젊은층에서 주로 인기가 많지만, 40대와 50대 등 전 연령층에서 높은 사용 시간을 보인다.

하지만 숏폼의 시청 시간 증가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이목을 끌어야해 자극적인 내용이 담긴 경우가 많은데,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단시간 여러 개 시청하다 보면 뇌에 과도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뇌에서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러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뇌는 도파민에 내성이 생긴다.

내성이 생긴 뇌는 일상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더 충동적이고 강력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미국 워싱턴대 데이비드 레비 교수는 숏폼 콘텐츠가 ‘팝콘 브레인’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팝콘이 전자레인지에 들어가 ‘타닥’하고 튀는 것처럼 뇌가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숏폼을 볼 때는 공부할 때 쓰이는 ‘능동적 집중력’보다 눈에 들어오는 영상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집중력’이 사용된다. 레비 교수는 숏폼 콘텐츠가 수동적 집중력을 강화해 뇌의 균형과 기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뇌의 변화는 우울증과 불안, ADHD, 수면 장애 등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승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울증 환자나 알코올 중독, 게임 중독 환자 얘기를 듣다보면 숏폼 중독 문제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술을 마시다 알코올에 중독되는 것처럼 도파민이 오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숏폼 콘텐츠를 봐야 하는 상태가 된다. 결국 숏폼을 보지 않으면 평상시의 기분 레벨 자체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숏폼에 중독됐다면 일종의 ‘미디어 금식 과정’이 필요하다. 시청 시간을 정해 스스로 조절하거나 일정 기간 앱을 삭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숏폼 영상을 보더라도 잠깐의 휴식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

숏폼 대신 사진이나 그림을 보거나 글을 읽는 행위 등을 통해 뇌에 입력하는 유형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 운동할 때 뇌에는 도파민과 엔도르핀 같은 쾌감 호르몬이 분비되는 만큼, 숏폼 이용 시간과 운동 시간을 적절히 혼합하는 것도 권고된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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