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할 농업 R&D...현장 수요 맞춰 고도화해야

2024-10-22

심화하는 기후위기 속에서 농업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내년도 예산 편성은 되레 뒷걸음질이 예상된다. 더딘 현장 보급이 배경에 있다. 미래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담보할 R&D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농업 R&D를 현장 수요에 발맞춰 고도화해야 한다고 본다.

가파르게 감소한 농업 R&D 예산은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화두가 됐다. 국감에선 농촌진흥청 R&D 예산이 감소한 탓에 미래농업 경쟁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가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25년 중앙정부 예산 분석’에 따르면 농진청은 예산이 가장 급격하게 줄어든 부·처·청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농진청의 내년 예산안은 농업 R&D사업 중심으로 올해보다 358억1900만원 감소했다.

농업 R&D의 더딘 사업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농진청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양평)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2019∼2023년) 농기계 개발 실적’에 따르면 농진청은 290억2700만원 예산을 투입해 농기계 81종을 개발했지만 10종은 보급 실적이 없다. 보급한 농기계의 42%도 50대 이하 농민만 사용하는 데 그쳤다. 같은 당 박덕흠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도 “농진청이 밭농업 기계화 R&D에 5년간 약 260억원을 투입했지만 기계화율이 저조하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현장과 괴리가 생기는 원인으로 R&D 실용화 부진을 꼽는다. 한 농업분야 연구자는 “농업은 연구 결과를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한국은 현장 지식이 있는 연구진이 줄어들고, 현장과 소통에 기반한 상향식 연구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미국은 지역별로 현장 연구자를 꾸준히 육성하는데, 한국도 이런 연구자를 양성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지역농민 중심의 R&D 확대다. R&D 과제 발굴부터 결과 확산까지 농민의 참여를 담보하는 식이다. 일례로 경북 성주 참외과채류연구소는 지역 참외농가 작목연구회 운영위원회와 주기적으로 소통하며 R&D 과제를 발굴했다. 기존 토경재배 중심의 생산 방식이 근골격계질환을 심화하고 많은 노동력을 요구한다는 현장 의견을 토대로 ‘포복형 수경재배 기술’을 개발·보급한 것이 그 성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포복형 수경재배를 도입한 결과 생산량이 74.9% 증가했다.

우선 지역농협, 선도 농가, 농민 연구회 등을 활용해 정례적인 소통 창구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농경연은 ‘수요자 중심 지역농업 R&D 개선 과제’ 보고서를 내놓고 현재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처럼 농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누리집을 개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농업기술센터와 대학 간 연계를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은 주 단위로 토지공여대학과 지역 농촌지도 사무소가 연계해 농업 현안을 공유하고, 영농기술 보급을 위한 ‘농촌지도사업’ 을 펼친다. 한국도 미국의 토지공여대학 같은 모델을 벤치마킹해 R&D 과제 발굴부터 보급 확산까지 현장과 소통을 체계화하자는 제언이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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