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벌어진 인사팀의 자료 노출 사고를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출된 인사팀 자료에서는 정신질환을 상담한 직원과 관련된 자료가 ‘징계 폴더‘에 정리돼 있어 노조측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초기업노동조합 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앞서 지난 6일 오후 5시경 직원들이 사용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서버를 통해 인사팀 업무용 공용폴더가 전직원들에게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공용폴더에는 주민등록번호, 학력, 연봉, 인사고과, 집 주소 등 직원 5000명 가량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
문제는 이 공용폴더에는 ▲사업지원TF의 직접 지시 메신저 기록 ▲인사팀장의 과반노조에 대한 우려 ▲피플팀·경영진단실 등 인사·관리부서의 최대 고과 100% 반영 ▲인건비 절감을 위한 신인사제도 도입 등 그간 사측이 비밀리에 진행했던 직원 관리 자료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 사업지원TF-인사팀 하위평가 확대 메시지 및 노조집행부 관리 정황 자료 논란
10일 노조는 인사팀 공용폴더에 담겼던 직원 관리 자료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먼저 이날 공개한 사업지원TF와 인사팀장간 메시지에 의하면 인사팀장은 저성과자는 과감하게 하위평가를 확대할 것을 지시했고 임금인상률 이슈로 노조 참여 인원 과반에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업지원TF는 경쟁사 대비 리텐션보너스(우수직원 대상 추가 성과급)를 특정 인원에게만 부여하는 핀셋 보상을 도입해 인건비를 절감해달라고 인사팀에 요구했다.
이와함께 BSB협의회(노사협의회) 및 NJ(노조)평가 현황, BSB인력 연봉등급 챙겨주기 등 사업지원TF와 인사팀이 노조 집행부를 직접 관리하려 한 정황이 담긴 자료들도 공개됐다.
사업지원TF·인사팀은 BSB협의회 인력은 승격대상까지 관리하며 상위 고과를 부여하는 내용의 자료를 작성했다. 특히 이들이 작성한 NJ 리스트에는 현 노조 집행부 구성원의 ▲입사경위 ▲연차 ▲정규 발탁 여부 ▲영어회화 등급 ▲승격 직급 대상 여부 등의 정보가 각각 정리됐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NJ 리스트를 통해 노조집행부 구성원들을 직·간접적으로 평가하면서 각종 불이익 부여 및 회유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는 결국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기존 직원 60% 이상 동일 평가제 하위평가자 확대 체계로 전환
이번 자료 노출을 통해 회사가 그간 암묵적으로 사전에 직원 60% 이상을 상대로 동일한 성과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또한 회사가 이같은 기존 평가 제도를 없애고 하위평가자를 확대해 인건비 절감을 계획했다는 자료도 공개됐다.
이날 노조가 밝힌 회사의 성과 관리 강화 자료에서 사업지원TF·인사팀은 전체 직원 중 60% 이상이 동일 평가(GD ‘다’)를 받음에 따라 성장의욕 저하, 성과 수준별 차등이 필요하다고 기재됐다.
아울러 직원들의 근무의욕이 낮아지지 않도록 중간성과자에게 세분화해 평가방식을 만들어 관리를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현재 1% 수준인 하위평가(NI)를 3단계(하위 평가 부여→미 개선시 하위 평가 재부여→부서 전배 및 직무 전환) 성과 관리를 통해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 수립됐다.
사업지원TF·인사팀은 이러한 성과 평가 체계를 도입해 하위평가(NI)를 늘린다면 기존 직원 60% 이상으로 동일 평가(GD ‘다’)를 내릴 때 보다 인력 1명당(레벨4, 평균 연봉 1억700만원 기준) 약 1000만원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 작년 일부부서에 상위고과 집중…정신질환 상담 직원 명단 ‘징계폴더’에 정리
이외에도 ‘2024년 센터별 연봉 등급 현황’ 자료를 통해 지난해 삼성바이로직스는 피플팀(HR, 인사팀)이 전사 평균 대비 약 10%보다 많은 상위 고과를 부여받은데 이어 경영진단팀은 100% 상위 고과를 받는 등 조직 관리 부서에만 성과급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해당 자료에는 지난 2023년 대비 2024년 연봉등급 상위 등급 비율 감소 및 하위 성과자 비율 상향에 따라 인건비를 5억2000만원 절감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추후 노사간 분쟁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신질환을 앓는 직원들을 징계 대상자로 관리한 내역의 자료도 공개되면서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다.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사내에 설립한 마음병가센터를 다녀온 직원들의 상담기록 내역이 인사팀에 의해 따로 관리가 됐고 이 직원 명단과 상담 내역 등의 자료는 ‘징계 폴더’로 따로 정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자료를 확인한 노조측은 “사내에 정신건강을 도와주고자 만들었다는 센터는 사실상 기록을 남겨 정신질환을 앓는 직원들을 퇴사시키기 위한 용도로 활용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 존 림 대표 “개인정보 노출 진심으로 사과…특정 직원 불이익 주장 사실아냐”
한편 존 림 삼성바이로직스 대표는 10일 입장문을 통해 직원 개인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존 림 대표는 “임직원 여러분들의 개인정보가 열람 권한이 없는 일부 직원들에게 노출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임직원 개인정보가 사외로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외부 유출 가능성을 감안해 지난 9일 해당 기관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일부 자료를 외부에 공유하면서 자의적 판단에 따라 회사가 특정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존 림 대표는 “일부 직원의 회사 경영 및 인사정보를 외부에 공유하는 행위가 회사 이익 및 직원들의 권리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별도 검토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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