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전에 그 옛날 이곳 하문(Hamoun) 호수의 영광, 잃어버린 세상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이 마을에 남은 마지막 가족 중 한 명인 할머니는 사진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가뭄과 먼지 폭풍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할머니의 이름은 사막의 꽃이란 뜻의 ‘Gol(골)’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알고 있지 않았을까. 더는 사막의 꽃, 오아시스처럼 빛나던 영광의 시간은 이곳 하문 호수에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이란 테헤란에서 활동하는 하셈 샤케리(Hashem Shakeri)의 이 사진은 그의 〈An Elegy for the Death of Hamoun〉 연작 중 하나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지대에 자리하고 있는 하문 호수는 한때 수십만 명의 주민들이 어업에 종사하며 눈부신 삶의 터전을 이뤘을 만큼 광활하다. 아울러 수 세기 동안 이란 최대 농업용 수원지이기도 했던 이곳의 영광은 이제 비극이 되어버렸다. 계속되는 가뭄과 기후 위기에 이 호수에 물을 공급하는 헬만드 강의 물 사용권을 두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란의 갈등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샤케리는 강바닥이 드러난 하문 호수와 처음 마주했을 때 이 프로젝트를 정의할 미학이 선명히 와 닿았다고 한다. 삶과 죽음, 쇠락과 아름다움, 웅장함과 비극의 교차점, 깊은 슬픔 속에서 만나는 숭고함이 바로 그것이다. 사진 속 두 그루의 고목과 함께 골의 가족들은 황무지로 변한 삶터에서 서서히 사라져가는 그들의 세상과 맞서 싸웠고, 샤케리가 지켜본 7년간의 작업 기간 동안 그들의 고난은 더욱 무거워져만 갔다.
이 땅의 마지막 생명줄처럼 보였던 두 그루의 나무가 생명을 잃어가는 동안, 골의 남편과 아들마저 가뭄과 기후 변화가 가져온 질환으로 그녀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자연과 인간에게 휘몰아친 엄청나고 끔찍한 비극이며 작가는 오염된 물을 마시며 힘겹게 버티고 있는 하문 호수의 심오한 고독을 포착한다. 샤케리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웅장함이 고통의 낭만화가 아님을 강조한다. 생존을 위한 그들의 인내와 고통, 절망에 대한 작고 연약한 저항이 엄청난 무게의 위대함으로 다가오는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석재현 사진기획자·아트스페이스 루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