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딥페이크 확산 막아라"…경찰, 인터폴 전담팀 추진한다

2024-10-20

경찰청이 국경을 넘어 확산하는 딥페이크 등 사이버 성범죄 차단을 위해 ‘세계 경찰’,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차원의 대응을 추진하기로 했다. 약 30억원대 규모로 계획된 인터폴 펀딩 사업으로 전단팀을 구성하는 방안이다. 펀딩 사업이란 회원국이 특정 분야와 관련해 비용을 내고 인터폴 차원의 활동을 제안하는 제도를 말한다.

경찰청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서 피해자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범죄가 텔레그램과 같은 비공개 메신저나 다크웹(Dark Web·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비공개 웹사이트)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며 이같이 계획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인터폴의 196개국 회원국이 딥페이크 성착취물 등 사이버 성범죄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와 공동 대응하도록 하는 목적의 펀딩 사업을 추진한다. 향후 3년간 약 30억원대 규모로 계획했다. 펀딩을 통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참여하는 각국의 수사기관과 함께 전담팀을 꾸리고 다국적 범죄자를 함께 추적‧검거하고, 딥페이크 성범죄물 등에 대한 즉각적인 삭제‧접속차단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인터폴 전담팀이 구성된다면 이를 구심점으로 국제공조 수사를 주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인터폴엔 딥페이크 등 사이버 성범죄를 전담하는 부서가 명확하게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수사부서에서 개별적으로 다른 나라의 사법당국 등에 국제공조 요청을 하고 있다”라면서도 “딥페이크 등 사이버 성범죄와 관련한 인터폴 차원의 공조 요청이 이뤄진 건 아직 없다”라고 설명했다.

딥페이크 성범죄물이 국내에서 수사하기 어려운 해외 서버에서 퍼지고 있단 점도 경찰이 인터폴 전담팀 펀딩을 추진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성범죄물 유포 사이트 서버 국가 현황(2018년 4월~2024년 3월)’ 자료를 보면 적발 건수 2만6426건 중 약 95.4%인 2만5201건이 미국‧호주‧네덜란드 등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서 유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인터폴 업무를 수행하는 회원국 내 조직인 국가중앙사무국(NCB, National Central Bureau)을 통해 모든 회원국에 사이버 성범죄 동향‧수법 등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미 3건의 인터폴 펀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및 투자사기 등 경제범죄 사범 검거 등을 위해 마련한 ‘HAECHI’ 프로젝트, 마약 생산‧유통 사범을 추적하기 위한 ‘MAYAG’ 프로젝트, 아태지역 도피 사범 검거를 위한 ‘Infra SEAF(Southeast and East Asia Fugitives)’ 프로젝트 등 연간 총 15억원대 규모의 펀딩 사업이다.

경찰은 각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에서 서울 대치동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을 주도한 범인을 검거하고, 공동 작전을 통해 마약류 주요 생산지로 불리는 ‘골든 트라이앵글(미얀마‧라오스‧태국 3개국의 접경지역)’에서 1조4000억원대 마약을 압수한 바 있다. 경찰은 딥페이크 펀딩을 통해서도 이런 성과를 내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예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국회 및 범정부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에 관련 계획을 보고하며 예산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 등에 딥페이크 등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단 의견을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23일부터 사흘간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인터폴 미래치안회의’에서도 관계자들 면담 과정에서 이번 펀딩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인터폴 미래치안회의엔 조지호 경찰청장과 위르겐 스톡 인터폴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다.

이준형 국제협력관 “초국경 범죄, 국가 간 네트워크 중요”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경무관)에게 경찰이 딥페이크 등 사이버 성범죄에 대한 인터폴 차원의 대응을 주도하기로 한 것에 대한 의미를 물었다. 우리나라 NCB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이 협력관은 “초국경 범죄엔 국가 간 네트워크 연결이 굉장히 중요하고, 인터폴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이번 펀딩 추진의 의미는?

A. 딥페이크 등 사이버 성범죄에 대응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런 초국경 범죄에 대해서 인터폴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인터폴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주도적으로 활용해 사이버 성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전에 방비하는 게 필요하다. 인터폴 펀딩이 진행된다면 다른 나라와의 공조‧협력이 비교적 수월해질 수 있는 하나의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이버 성범죄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서 이뤄지는 범행이 많은 만큼 다른 나라와의 공동 대응이 필수적이다. 특히 사이버 성범죄는 민간인뿐만 아니라 주요 유명 인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다. K-POP‧한류 스타도 예외가 아니다.

Q. 펀딩을 통한 효과는?

A. 가장 중요한 건 범죄 예방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 성범죄 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게 주요 목적이다. 인터폴 펀딩과 함께 유엔 범죄예방‧형사사법위원회에서 사이버 성범죄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게끔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인터폴 아시아 지역회의 등을 통해서도 회원국 간의 공조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런 방안들을 펀딩을 통해서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진행한 3건의 펀딩에선 공통으로 합동 검거 작전을 시행했는데, 펀딩에 참여한 국가들과의 첩보 공유 등을 통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짤 수 있었다. 이번 펀딩에서도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관련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 또한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

Q. 펀딩의 필요성은?

A. 딥페이크 등 사이버 성범죄는 국정감사 등에서도 다뤄지는, 특히 국내에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중요한 문제다. 경찰이 해야 할 역할엔 이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범죄 예방 등도 있다. 인터폴 펀딩 등 여러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경찰청장님도 ‘당연히 필요한 조치’라는 말씀을 주셨다.

Q. NBC 서울의 역할은?

A. 우리나라는 1964년 인터폴에 가입해 올해로 가입 60년을 맞았다. 우리나라의 올해 분담금은 약 33억원 규모로 196개 회원국 중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이어 9위다. 인터폴은 대한민국 경찰의 수준과 역량에 기대하는 바가 크고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한 예로 NCB 서울은 인터폴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345명의 도피 사범을 국내로 송환하는 데 역할을 했다. 이런 성과들을 기반으로 오는 2029년 인터폴 총회를 개최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총회는 인터폴의 주요 정책과 재정 등을 결정하고, 총재‧집행위원 등을 선출하는 가장 큰 회의다. 총회 유치를 통해 국제 경찰협력의 중심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초국경범죄의 대응력과 국제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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