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전격 타결된 한미 통상 협상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면한 오후 2시가 거의 다 돼서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고 한다. 실제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통상 관료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경제와 안보 두 파트에서 모두 합의문을 내지 못하는 ‘노딜’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왔으나 미국 측이 당초 요구한 매년 250억 달러 8년 분할 납부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고 한다.
30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통상 협상에서는 협상단 대표 선수로 나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외에도 이재명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무원들이라면 절대 내릴 수 없는 판단을 이 대통령이 갬블러와 같은 감각으로 밀어붙이면서 협상에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도 이날 “약 석 달간 관세 협상이 진행되면서 이 대통령이 중심을 잡았고, 참모들은 흔들릴 수 있는 시점에도 협상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이 연간 투자 상한선을 250억 달러로 제시했을 때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버틴 것도 이 대통령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더 버티면 딜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참모진에서 나왔지만 이 대통령이 오히려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참모들을 독려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연간 투자 상한선을 200억 달러로 낮춰 결과적으로 매년 50억 달러(약 7조 원)의 외화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이 대통령은 김 장관 등 미국협상팀과 실시간 회의도 여러 차례 열면서 상황을 조율했다. 기술 한계상 화상회의는 외부 해킹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른바 비화폰(보안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연결해 대화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석 달에 걸친 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이래서 국가가 강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참모진들에 한탄했다고 한다. 트럼프식 막무가내 협상에 시달리면서 외교에서 국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TV로 중계되는 공개 발언에서 핵추진잠수함을 공식 요청한 것도 국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고뇌가 담겨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뿐 아니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20차례 이상 담판을 진행한 참모진의 역량도 빛났다. 특히 김 장관은 협상장에서 고함을 치고 책상을 쾅 하고 내려치는 거친 면모를 보이면서도 한편에서는 러트닉 장관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며 전략가로서의 두각을 드러냈다. 실제로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이 9·11 테러 당시 남동생을 비롯해 임직원 수백 명을 잃은 아픔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9·11 테러 추모식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과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미국 측의 침묵이 길어지자 직접 미국행을 택한 것이다. 김 장관의 이 같은 진심 어린 행보는 러트닉 장관의 응답을 이끌어냈고 결국 양측은 다시 협상장에 마주 앉을 수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약 2주 앞두고 김 장관과 함께 두 차례나 미국을 찾은 김 실장은 금융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발휘함과 동시에 대통령실의 의중을 직접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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