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왜 싸우는가
크리스토퍼 블랫먼 지음 | 강주헌 옮김
김영사 | 564쪽 | 2만9800원
국가 간에도, 국가 내에도, 국가라는 개념이 있기 전에도, 인류는 상대를 해치고 살생도 마다하지 않으며 크고 작은 전쟁을 치러왔다. 숱한 전쟁의 기록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이유나 법칙을 귀납적으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국가 간 전쟁부터 남미·아프리카의 저개발국에서 벌어진 군사·폭력조직 간의 전쟁까지 두루 살핀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와 피어슨 국제갈등연구소에서 글로벌갈등학을 가르치며, 시카고와 콜롬비아, 라이베리아, 우간다 등의 분쟁 현장을 찾기도 했다.
전쟁을 일으키는 다섯 가지 요인 중 하나는 ‘견제되지 않은 이익’, 지배 세력이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다. 전쟁을 통해 얻는 지위나 지배력과 같은 ‘무형의 동기’, 상대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다섯 요인에 해당한다. ‘이행 문제’는 약속을 맺은 상대가 실제로 약속을 이행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 등을 말한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상대를 과소평가하는 ‘잘못된 인식’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중 한 가지 요인만이 전쟁을 일으키기는 힘들고,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전쟁이 발발한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예로 들면, 미국은 이라크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향후 개발하지 않을지 신뢰할 수 없다는 ‘이행 문제’를 인식했다. 또한 미국은 전쟁 후에도 이라크를 지배할 수 있다고 ‘잘못된 인식’을 했다. 반면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은 자국의 무기 개발 상황을 비밀에 부치고 모호하게 표현하며 ‘불확실성’을 키웠다. 정작 후세인은 정부 요인들에게도 자기 생각을 알리길 꺼렸으며, 미국보다 국내의 민중 저항을 더 두려워했다고 한다.
전쟁의 요인을 집어낼 수 있다면, 막는 방법도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은 경제·사회·문화적 교류로 상호의존도를 높이는 일, 권력의 분산, 적대적인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규칙 만들기, 국제기구 등 제3자의 적극적 개입 등을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