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분양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 승인을 내고 대구에서 첫 사업을 추진한다. 그러나 매입 가구수가 적어 이번 리츠 실효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JB자산운용이 설립한 '제이비와이에스케이제2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가 지난 21일 등록을 마쳤다.
CR리츠는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로 운영하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매각하는 투자 상품이다.
이번 상품이 첫 적용되는 매입 지역은 대구다. 이 곳은 전국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많아 이른바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대구시 미분양 현황을 보면 올해 2월 말 미분양 주택 수는 총 9051가구로 집계됐다. 1월 말 기준 8742가구였던 수치가 한 달 새 309가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 내에서 미분양이 가장 많이 누적된 구는 달서구로, 총 2808가구가 남아있다. 이어 북구 1766가구, 수성구 1092가구, 남구 889가구, 동구 850가구, 서구 810가구, 중구 764가구 등 순이다. 동구는 올 1월 말 442가구에서 2월 말 850가구로, 한 달 새 무려 408가구가 증가하며 대구 전체 증가세를 웃도는 상승을 보였다.
이번 CR리츠는 대구 지역의 미분양을 해결하기 위해 총 467억원 규모의 시장 자금을 모집해 '수성레이크우방이유쉘' 288가구를 매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매입하려는 가구수는 대구 전체 미분양의 3.1% 수준에 불과해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업계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CR리츠 효과는 부분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나 한계 역시 명확하다"며 "CR리츠로 인한 매입 물량 자체가 적어 미분양 해소 효과는 적고, 수요 없는 지역의 경우 부동산 거래 회전이 불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대구 분양시장은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는 모양새다. 태영건설이 시공한 동구 신천동 '더 팰리스트 데시앙'은 418가구 모집에 332가구가 미달났다. 또한 같은 지역에서 분양에 나선 'e편한세상 동대구역 센텀스퀘어'는 지난달 초 진행된 청약에서 322가구 중 128가구가 미달됐다. 이 단지는 DL이앤씨가 시공했다.
중구 남산동에서는 반도건설이 시공한 '반월당역 반도유보라'가 지난달 말 진행된 청약에서 147가구 모집 중 67가구가 미달나며 대구 미분양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CR리츠가 미분양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지만,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는 제한적 처방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정책 취지는 긍정적이나 매입 가구수가 적고, 주택 매입 수요가 실질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미분양 해소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선 단순한 매입이 아니라, 지역 맞춤형 수요 창출 정책이 필요하다"며 "생애최초 구입자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LTV 우대, 이자 지원 등 금융 혜택을 강화하는 등 수요 유인이 병행돼야만, 시장 왜곡 없이 실효성 있는 미분양 해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미분양 해소 효과가 개별 단지에 국한되기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CR리츠를 활용한 방식은 미분양 해소 효과가 개별 단지에 국한되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은 방식만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 전반의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CR리츠도 결국 우량 매물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며 "다주택자 규제 등을 완화해 주택 구입을 활성화 시키는 보완책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는 다음달에도 3개 CR리츠가 추가 등록을 마친 뒤 대구와 전남 광양 미분양 약 1500가구를 매입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