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저작권은 언제나 사회 변화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 15세기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반포 즈음 독일의 구텐베르크는 금속활자를 발명했고 이는 소수에게 독점되던 지식이 대중화되는 계기가 됐다.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면서 책은 더 이상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고 무단 복제로부터 출판 업자의 투자와 노고를 보상하기 위한 인센티브 논의가 시작됐다. 그러나 곧이어 창작자가 계속 창작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창작자 권리 보호 논의로 발전했다. 저작권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중반까지도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저작권 인식이 부족했다. 정부 또한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에 몰두하면서 저작권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국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우리나라는 국제 규범과의 정합성을 맞추기 위해 1987년 저작권법을 전면 개정했고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저작권 국가로 도약했지만 현실과 법 사이에는 여전히 괴리가 존재했다.
그 괴리를 줄이는 핵심은 ‘교육’이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설립 초기부터 심의·조정과 연구 등 업무와 함께 저작권 교육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해왔고 지금은 연간 1만 회가 넘는 저작권 교육을 하고 있다. 저작권 교육은 단순히 법 조항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국민 스스로 저작권 감수성을 내재화하도록 돕고 있다. 교육의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10년 첫 조사 당시 71점에 머물렀던 국민 저작권 인식 수준은 2024년 82점으로 높아졌다.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기반으로 한 K콘텐츠는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저작권 산업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결과 다른 부분과 달리 저작권 무역수지는 2025년 9월 기준 11년째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이 짧은 기간에 저작권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저작권 교육이 기여한 바가 크다.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 이면에는 국민의 저작권 존중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저작권 환경은 또다시 변화를 맞고 있다. 생성형 AI의 학습에 기존 저작물을 활용하기 위한 범위와 조건,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인정 여부와 요건, AI 생성물에 의한 저작권 침해 문제 등 다양한 이슈들이 뜨거운 논쟁 속에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몇 개의 법률 조문을 만들거나 고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속에 저작권이 창작과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자산이라는 인식이 자리해야 한다. 그래야만 AI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는 저작권 갈등을 합리적이고 건설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불확실한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은 문화와 콘텐츠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문화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려면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그 뿌리는 다름 아닌 국민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존중이다.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때 더 많은 작품이 탄생하고, 이용자는 풍부한 문화적 혜택을 누리며, 그 존중의 토대 위에서 기술 개발자도 책임 있는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
앞으로도 국민들의 인식은 기술 변화와 함께 진화해야 하며 저작권 교육은 그 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다. 따라서 저작권 교육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꾸준히 강화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