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승객들이 다수 탑승한 전철 안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해 미국 전역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용의자가 칼에 묻은 피를 떨어뜨리며 지나갔는데도, 사건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리를 뜨거나 휴대폰으로 피해자를 촬영하는 다른 승객들의 모습이 공개돼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2일 오후 10시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 경전철에서 발생했다. 노숙자인 34세 남성 디칼로스 브라운이 앞자리에 앉아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인 23세 여성 이리나 자루츠카를 칼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사건은 자루츠카가 전철에 탑승한지 불과 4분 30초만에 발생했다. 공개된 폐쇄회로(CC)TV 이미지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자루츠카 뒤에서, 용의자 브라운이 주머니 속 칼을 꺼내 들고 휘두르는 모습이 담겼다.
용의자가 칼을 손에 들고 전철을 빠져나가면서, 바닥 한 가운데에 핏방울이 떨어졌지만 옆자리 탑승객은 역에서 내렸으며, 또 다른 탑승객은 피해자를 힐끔 쳐다보더니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떴다. 처음에는 피해자가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사건의 심각성을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뒤, 자리에 쓰러져 있는 자루츠카를 발견한 한 남성이 티셔츠를 벗어 지혈했으며, 또 다른 여성도 돕기 위해 나섰지만 자루츠카는 결국 현장에서 사망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이 입수한 영상에 따르면 몰려든 승객들 가운데, 두 명이 의식을 잃은 자루츠카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용의자 브라운은 현장에서 체포돼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알려졌으며 범행 동기에 대해 “여성이 내 마음을 읽었다”고 진술했다.
브라운의 형제자매는 그가 이전에도 공격적인 행동을 보였으며 조현병, 환각, 편집증 등 정신과적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직계가족이 없기 때문에 장기 요양시설에 보내려다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브라운은 2011년 이후 최소 14차례 체포됐다. 과속 같은 경범죄도 있지만, 무장 강도, 폭행 등 폭력범죄도 있다. 5년간 복역한 뒤 2020년 풀려났으며, 올해 1월에는 911 허위 신고로 기소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용의자를 “미치광이”라고 표현하면서, “영상에 그대로 녹화돼 있는데, 너무 끔찍해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피해자는 그냥 거기 앉아 있을 뿐이었다.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폭력 범죄를 반드시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비 라일스 샬럿 시장도 애도를 표했지만 살인 사건에 대한 초기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어 9일 대중교통의 공공 안전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