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도쿄의 한 주택가에서 한국인 남성이 교제하던 한국인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의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몰래 확인해 동선을 추적하고 흉기까지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10일(현지시간) NHK 보도에 따르면, 피의자 박모(30) 씨는 지난 1일 도쿄 세타가야구 주택가에서 한국 국적 여성 A씨(40)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수사에서 박씨는 범행 사흘 전, 피해자가 교통 파출소에 상담하러 간 사이 그녀가 두고 간 휴대전화를 뒤져 직장 동료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범행 당일 A씨의 일정과 위치를 미리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경찰은 박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일본어로 나눈 대화를 한국어로 번역해 저장한 이미지 파일까지 확보했다. 이는 박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음을 방증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범행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박씨는 A씨의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과도로 추정되는 흉기를 직접 구매한 뒤 택시를 타고 사건 현장을 약 10분가량 사전 답사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그가 다음날 현장 인근에 숨어 있다가 A씨를 급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박씨가 범행 직후 도주 과정에서 버린 것으로 추정하며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A씨는 사건 며칠 전인 지난달 29일 "헤어지자고 말했더니 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박씨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구두 경고를 했고 실제로 박씨가 도쿄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며 오사카로 간다고 말했을 때 출국을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는 곧 다시 A씨의 집 근처로 돌아왔고 경비원 신고로 발각되자 경찰과 함께 나리타공항까지 동행했음에도 결국 출국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이별을 받아들인다'는 취지의 진술서까지 작성했지만 끝내 지키지 않았다. 경시청은 "당시 피해자가 공식적인 고소장을 내지 않아 강제 조치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씨와 A씨는 지난해 10월 일본어 학습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돼 올해 4월부터 교제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박씨는 지난 2일 체포돼 구속된 상태지만, 여전히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경찰은 그가 흉기를 준비하고 잠복까지 한 점에 주목하며 치밀한 계획 범행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