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소연 피씨엘 대표 "상폐 결정 이례적, 가처분 신청해 개선기간 받을 것"

2025-09-18

[비즈한국] 체외 진단시약 개발 업체 피씨엘(PCL)이 창립 17년 만에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5일 코스닥시장위원회 회의를 통해 피씨엘의 코스닥 상장폐지를 의결한 것.

2008년 2월​ 설립된 피씨엘은 ​30개국에 특허를 출원한 바이러스 검출 원천기술을 앞세워 ​2017년 2월 23일 기술 특례상장 절차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혈액이 아닌 타액(침)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자가진단키트를 앞세워 2020년 매출 537억 원, 영업이익 257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벌크포장에서 개별포장으로 포장방식을 바꾼 후 매출원가가 치솟으면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이후 경쟁 제품이 늘어나고 엔데믹 전환으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손실 규모는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다 올 3월 지난해 4분기 매출 3억 원 미만 및 지난해 하반기 매출 7억 원 미만을 기록했다는 이유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 결국 코스닥 상장폐지 결과까지 받아들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총 발행주식의 67.96%인 5917만 1967주를 보유한 1만 5375명의 소액주주가 아우성인 상황이다.

김소연 피씨엘 대표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까.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피씨엘 본사를 찾았다. 김 대표는 먼저 상장폐지 결정이 나온 데 대해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이의신청 시 백의종군의 심정으로 저 포함 다른 모든 이사들의 사직서를 받아 코스닥시장위원회에 제출했다”​면서 “​경영미참여 확인서까지 첨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한국거래소가 개선기간도 부여하지 않고 상장폐지를 의결한 데 대해 강구할 수 있는 모든 절차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동안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고 주가조작, 횡령, 배임 등으로 처벌받지도 않았는데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상장폐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거래소에 개선기간 부여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멥신도 지난 5월 27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최종 결정을 받았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해 상장폐지 절차는 일시 정지된 상황이다.

김 대표는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지난 7월 처음 상장폐지를 심의하고 의결한 뒤 상장폐지 사유를 기존보다 추가한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당초 매출 부족으로 인한 영업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로 지적됐는데, 이후 재무건전성, 경영투명성 불확실성이 추가됐다는 것. 각 항목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이의신청을 냈지만 지난 5일 상장폐지 결정 때 어떠한 사항이 불충분했는지 명확한 설명이 없었던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올 상반기 매출로 목표치를 상회한 37억 원을 달성했고, 감사인 감사 결과 매출 금액 적정성에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연말 러시아 혈액원에 혈액 스크리닝 장비 선적이 예정돼 있고, 지속해서 원가율도 감소하고 판관비도 줄이고 있다는 점도 소명했다”고 말했다.

피씨엘은 지난 6월 러시아 최대 혈액원 전문 진단서비스회사 아스타와 다중 혈액스크리닝 장비인 ‘하이수(HiSU)’, 휴대용 혈액스크리닝 장비인 ‘PCLOK II’와 시약을 5년 동안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3년 동안 러시아 혈액원 88곳 장비를 모두 교체하면 10년간 1000억 원가량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는 12월 장비와 시약 1차 선적이 예정돼 있고 지난 3일 계약금의 10%인 3억 원 입금내역서를 코스닥시장위원회에 제출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글로벌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지적한 재무건전성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차등감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유동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피씨엘은 지난 8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최대주주는 30 대 1, 일반주주는 20 대 1의 비율로 차등감자한다는 안건을 통과시켜 자본준비금 883억 원 중 840억 원을 결손금으로 전입했다.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외부 투자자 유치를 논의 중이라고도 했다. 지난 3일 신한투자증권과 매각 등 주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타이거컴퍼니 인수 등을 통해 피씨엘을 온디바이스 AI(인공지능) 회사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해왔는데 이쪽 분야의 투자자를 물색 중이다”면서 “외국 쪽에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거래소가 경영투명성 불확실성 사유로 꼽은 △글로벌 장기투자 운용사 GEMdp 유상증자 수수료 51억 원 소송 피소 △엠큐렉스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손실 △임상조작 관련 수사진행 등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예방의학 전문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GEM을 대상으로 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여의치 않아 투자가 취소됐고, GEM은 지난 8월 관련 소송을 취하해 끝이 난 사건이다”고 말했다. 또 “엠큐렉스 투자는 투자로 성과를 내 현금을 창출하려고 하다가 실패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매각하지 않고 계속 끌어안고 있었으면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문제가 부각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상조작 관련 수사에 대해서는 “의혹이 제기되고 수사만 1년째 하고 있는데 기소가 됐다거나 죄가 있다고 인정받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진단키트 품목허가 절차를 대리한 법무법인 율촌이 입장문을 표명해 의혹 불식에 나서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피씨엘은 2022년 4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타액을 이용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서울 강서구갑)이 식약처에 이 진단키트의 임상시험 결과 조작 정황을 지적한 바 있다. 피씨엘은 당시 “임상 조작 의혹 및 진단키트 허가 과정의 특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승인됐다”고 해명했다. 또 법무법인 율촌은 올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허가와 사후규제 업무를 직접 처리하였던 경험을 가진 PF(식약처 출신 인허가 전문가)와 변호사들이 힘을 모아 업무를 시작한 지 약 1개월 15일만에 허가를 받는 성과를 냈다”는 입장문을 냈다.

끝으로 김 대표는 “외부 투자를 통해 2대 주주가 되든 3대 주주가 되든 주주로서 창업자로서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은 끝까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피씨엘 주주들은 상장 폐지 위기에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김 대표는 주주간담회를 통해 앞으로 대응방안을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주주들 가운데에는 피씨엘이 보유한 기술과 역량을 믿고 김 대표를 지지하는 주주가 있는가 하면, 그동안 보여준 김 대표의 행보를 신뢰할 수 없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회사를 살리는 일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주주도 많았다.

일부 주주는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피씨엘 본사와 연구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 주주는 “주주간담회에서 김 대표가 회사를 살리기 위해 30억 원을 넣었다고 당당히 말했지만, 실제 개선계획서에는 8억 원만 넣고 개선기간을 부여하면 22억 원을 넣겠다는 조건부 확약서를 냈다고 한다”면서 “이러면서 본인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고 거래소가 개선기간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생떼를 쓰는데, 주주를 농락하는 게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또다른 주주들은 엠큐렉스, 타이거컴퍼니 등의 투자 실패 책임을 물어 김 대표를 배임 등으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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