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단 1초도 쓰지 않아"...'아바타: 불과 재' 제임스 캐머런 감독

2025-12-12

"가장 공들인 장면요? 모든 장면입니다."

제임스 캐머런(71) 감독은 영화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아바타: 불과 재'(17일 개봉)에 앞서, 한국 취재진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바타: 물의 길'(2022) 이후 3년 만의 속편인 영화는 제이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 가족이 전편에서 장남 네테이얌을 떠나보낸 상실과 고통을 극복하고, 외부의 적에 함께 맞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적은 더욱 강력해졌다. 새롭게 등장한 '재의 부족' 망콴족이 판도라를 식민지화하려는 인간과 손 잡고 판도라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캐머런 감독은 "기술적인 진보 덕분에 어떤 상상이나 이미지도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며 "판도라라는 행성은 매우 방대하고 섬세해서 어떤 이야기도 그려낼 수 있는 캔버스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5명의 자식을 둔 아버지이고 어린 시절 대가족에서 자란 만큼 가족이라는 주제를 판도라에 가져왔다"며 "전세계 모든 관객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이크 가족이 네테이얌을 잃은 충격과 슬픔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외부의 적과의 물리적 충돌과 동시에 내부 갈등에도 직면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고 소개했다.

"역대 시리즈 가운데 가장 감성적이라는 반응이 많은데, 그게 바로 우리가 목표했던 지점"이라면서다.

'재의 부족' 망콴족은 공포 정치를 펼치는 여성 지도자 바랑(우나 채플린, 찰리 채플린의 외손녀)이 이끄는 부족이다. 원래 숲에서 살던 평범한 부족이었지만, 화마로 삶의 터전을 잃은 뒤 약탈을 일삼으며 가장 위협적이고 위험한 부족이 된다.

캐머런 감독은 "'재의 부족'은 혐오와 폭력, 혼돈, 트라우마의 결과로 생겨난 부족"이라며 "이미지는 2012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팀과 함께 파푸아 뉴기니를 방문, 화산 폭발로 초토화돼 재로 뒤덮인 마을을 봤을 때의 기억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숲에 살던 평범한 부족이 파괴된 터전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한 게 '재의 부족'의 비주얼 모티브가 됐다는 설명이다.

상공을 누비며 물품을 교환하고 정보 교류도 하는 '바람 상인'에 대해선 "실크로드 유랑자와 상인들을 생각하며 디자인했다"면서 "관객들이 아주 방대하고 오랫동안 지속된 판도라 세계의 일시적인 단면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캐머런 감독은 "3000여명의 사람들이 4년 간 공들여 만들었고 VFX(시각특수 효과) 쇼트만 3500개"라며 "사실상 모든 장면이 VFX 쇼트라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리즈 1편이 환상의 세계를 소개했고, 2편이 물의 세계로 옮겨간 가족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3편은 캐릭터들이 어려운 도전과 고통을 극복하면서 이야기가 완결이 되는 영화를 목표로 했다"면서 "이를 위해 충분한 감정의 깊이에 도달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 제작에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절대로 AI가 스토리 텔링의 핵심 요소인 배우를 대체해선 안된다"면서 "'아바타' 시리즈에서 AI는 단 1초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바타' 시리즈의 화면이 환상적이면서도 실제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배우들의 실제 연기에 기반한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구체적이고 섬세한 디테일은 절대로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VFX 비용이 급속도로 늘고 극장 수익이 30%나 감소한 상황에서 AI를 비용 절감의 도구로 활용될 수는 있다"면서 "세세한 디테일을 필요로 하는 VFX 작업 과정에서 AI 조수를 활용하는 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가 좋아하고 만들고 싶은 영화들, 즉 판타지·상상력·SF(사이언스 픽션)에 기반한 영화들이 멸종될 지도 모른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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