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뒤면 12·3 불법 계엄이 일어난 지 1년이 됩니다. 국가 최고권력이 주도한 반헌법적인 내란 행위는 한국 민주주의의 뿌리를 뒤흔들었고, 그 충격은 지금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계엄과 대통령 탄핵,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 지난 12개월. 우리는 일상과 민주주의를 얼마나 회복했을까요.
불법 계엄의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 규명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한 당시 핵심 의사결정 라인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졌고, 핵심 피고인들에 대한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입법적 보완도 뒤따랐습니다.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국회의장 허가 없이는 군·경찰이 국회에 출입할 수 없도록 막고,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는 회의록을 즉시 작성토록 하는 등 제도적 구멍을 메우려는 조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왜 이런 사태가 가능했는지, 어떤 구조적 취약성이 민주주의를 위협했는지에 대한 성찰과 해체 작업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국가기관의 침묵과 복지부동, 권력기관의 권한 오남용, 정치적 중립을 잊은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내부 검증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습니다. 청산은 시작됐지만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한참 이릅니다.
계엄이 남긴 교훈 중 하나는 극단으로 치닫는 대립의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간의 정치권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계엄 사태의 원인을 두고 새로운 진영 갈등이 불붙었고, 불법행위를 반성하기는커녕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극우적 행태도 등장했습니다.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가 말했듯 민주주의의 정당성은 합리적 의사소통에서 비롯됩니다. 책임성과 합리성을 갖춘 논쟁이 이뤄지고, 타협과 조정의 공간이 확보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치권의 지난 1년을 보면 싸움의 기술만 늘었을 뿐,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본연의 기능은 더 약해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계엄 당시의 군 투입 시도, 언론 통제 계획, 야권 지도부에 대한 체포 구상 등은 시민들에게 깊은 공포의 기억을 남겼습니다. 특정 집단의 트라우마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렸습니다.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민주주의를 뒤엎을 수 있다는 두려움을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이 상처는 처벌이나 법 개정만으로는 치유되지 않습니다. 투명한 행정, 권력기관에 대한 실질적 감독, 시민사회와 언론의 감시 기능 회복 등 민주주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작업이 계속돼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선언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합니다. 지난 1년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위태로운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균열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잊지 않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감시와 성찰을 지속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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