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이라더니… 보우소나루 체포에 트럼프 “참 안 됐네요”

2025-11-25

앞서 ‘내정 간섭’ 논란 무릅쓰고 구명 로비

최근 들어선 보우소나루 이름도 언급 안 해

대신 룰라와의 관계 개선에 주력하는 모습

과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결국 경찰에 체포돼 구금을 당했다. 앞서 대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징역 27년 3개월을 선고받은 보우소나루는 조만간 교도소에서 복역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브라질 당국의 보우소나루 수사·기소를 ‘마녀 사냥’이라고 맹비난하며 선처를 요구한 트럼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보우소나루와 손절하려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브라질 대법원이 보우소나루에게 교정시설 내 구금 결정을 내린 직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보우소나루 수감은 트럼프 권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구명을 위해 브라질 정부에 압력을 가하려던 트럼프의 구상은 실패로 돌아갔으며, 트럼프는 더는 보우소나루에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는 내용이다. 되레 트럼프는 보우소나루의 정적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브라질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기색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9월 대법원에서 27년 3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바로 교도소로 가는 대신 집에서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왔다. 이는 보우소나루가 건강 악화를 들어 ‘교도소 말고 집에서 형기를 마치게 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하며 버텼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그런 보우소나루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며 위치추적 전자장치(일명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그런데 지난 22일 보우소나루가 전자발찌를 훼손하려다 경찰에 발각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법원은 그가 탈출 및 도망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구금을 명령했다. 이에 보우소나루는 경찰에 체포돼 교정시설로 보내졌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이날 대법원은 보우소나루 측의 석방 요청을 기각하고 구금 유지를 결정했다. 이는 이미 선고된 27년 3개월의 징역형 집행 개시를 위한 수순으로 평가된다.

NYT 보도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체포 직후 트럼프는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그것 참 안 됐네요”(That’s too bad)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불과 4∼5개월 전만 해도 보우소나루 구명에 앞장선 모습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차가운 반응이다.

브라질 대법원이 보우소나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을 진행할 당시만 해도 트럼프의 태도는 거칠었다. 보우소나루가 정치적 이유로 마녀 사냥을 당하고 있다며 브라질 정부 및 사법 당국에 수사 중단과 기소 취소를 요구했다. 보우소나루 사건의 주심 대법관 등은 미 행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심지어 브라질산 상품에 5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룰라는 보우소나루 구명을 위한 트럼프를 노력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브라질은 사법 주권을 지닌 엄연한 독립국”이라며 당당하게 맞섰다. 룰라는 트럼프를 겨냥해 “그는 미국 대통령일 뿐 세계의 황제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보우소나루에게 징역 27년 3개월이 선고된 직후 ‘트럼프의 개입에 감정이 상한 브라질 대법관들이 예상보다 높은 형량을 정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후 트럼프의 태도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9월 뉴욕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처음 만난 트럼프와 룰라는 예상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동 후 트럼프는 “룰라 대통령과 케미가 잘 맞는다”고 밝혔다. 한 달 뒤인 10월 두 정상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재회했다. 트럼프는 룰라와의 양자 정상회담이 끝나고 “그(룰라)는 매우 활기찬 사람”며 “나는 매우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회담 당일 80세 생일을 맞은 룰라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보우소나루에 관해선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미 행정부는 앞서 트럼프의 지시로 브라질산 쇠고기, 커피 등에 매겨진 50% 관세를 전격 철폐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룰라 대통령과의 무역·관세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NYT는 브라질에 풍부하게 매장된 희토류 등 자원에 눈독을 들인 트럼프가 보우소나루 문제에 연연하는 대신 룰라와의 관계 개선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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