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명령 받고 현수막 떼놓고, 다시 걸면 다른 범죄”

2025-11-23

허위 현수막을 철거한 뒤 내용을 조금 바꿔 다시 걸었다면, 이전 범행의 연장선이 아닌 ‘새로운 범죄’라는 점을 대법원이 명확히 했다. 법원 명령으로 기존 현수막이 철거된 시점에 범행 흐름이 끊기고, 이후 다시 현수막을 게시했다면 범의가 새로 생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30일 피해회사에 관한 허위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지속적으로 게시한 혐의(명예훼손·옥외광고물법 위반)로 기소된 사건에서 1·2심의 공소기각 판단을 모두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환송했다.

피고인은 2018년 4월 9일부터 2019년 6월 11일까지 서울 서초구 회사 사옥 주변 전봇대와 가로수 등에 허위 사실을 적은 현수막을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그보다 앞선 2017년 12월~2018년 1월에도 비슷한 현수막을 게시했다가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피해회사인 하이트진로는 2018년 가처분을 신청해 기존 현수막을 철거시키기도 했다.

쟁점은 이 사건 현수막 게시가 앞선 범행과 ‘포괄일죄(여러 행위를 하나의 범죄로 묶어 보는 개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포괄일죄로 보면 새 기소는 이중기소가 돼 공소기각 사유가 된다.

1·2심은 “선행 사건과 이 사건은 동일한 범행의 연장”이라며 공소기각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회사의 가처분으로 기존 현수막이 철거되며 범행 흐름이 한 차례 끊긴 점, 피고인이 가처분 제재를 피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표현의 새로운 현수막을 제작해 다시 게시한 점, 등을 근거로 범의가 새로 형성된 별도의 범죄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은 선행 사건과 달리 범의의 단절과 갱신이 인정되므로 포괄일죄로 볼 수 없다”며 공소기각한 원심을 모두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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