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이탈 배경에는 노동 생산성 둔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국내 투자 대신 해외투자가 늘면서 국가 전반적으로 해외 소득에 의존하게 되고 이에 따라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성장률이 낮아지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발표한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보고서에서 “생산성 둔화에 따라 자본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국내 투자 대신 해외투자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은 국내 투자 대신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국민소득 대비 순해외투자 비중은 2000~2008년 0.7%에 불과했으나 2015~2024년 4.1%로 6배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순대외 금융자산은 1조 102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58.8%까지 불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뜻하는 소득수지는 2000년 국민소득의 0.7% 적자에서 2024년 1.2% 흑자로 전환됐다. 김준형 KDI 연구위원은 “해외투자보다 국내 투자 수익률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2000년대 중반에 수익률이 역전됐다”면서 “국내 투자가 해외투자로 전환될 유인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국내 생산성 증가세 둔화 탓이라고 봤다.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진단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총요소생산성은 총생산에서 노동과 자본의 직접적 기여분을 제외한 기술·혁신 등 나머지 생산의 효율성을 나타낸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한 데도 이러한 생산성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 연구위원은 “2000년 이후 우리 경제의 노동 투입 증가세는 완만하게 하락해온 반면 생산성 증가세가 빠른 속도로 둔화되면서 자본 수익성 하락을 주도했다”고 부연했다.
생산성 둔화는 국내 투자뿐만 아니라 GDP, 소득 분배 등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총요소생산성이 0.1% 하락한 경우 기업은 국내 투자를 줄여 국내 자본이 0.15%(약 18조 원) 감소한다. 이는 지난해 기준 GDP의 0.7%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노동 소득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는 한국의 급격한 노동생산성 하락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비슷한 저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1980년대 초반 일본의 국내 투자 수익률이 해외투자 수익률을 추세적으로 하회하기 시작하면서 순해외투자(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됐다”며 “국내 투자가 해외투자로 전환된 결과 경제 활력이 크게 저하되고 국민소득의 더 많은 부분이 해외로부터의 투자 수익에 의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국내 경제의 활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의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KDI 선임연구위원은 “유망한 혁신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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