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프로야구 KBO리그와 프로축구 K리그의 인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각 리그 참가 구단들의 로고나 엠블럼을 무단으로 사용한 기획 상품(굿즈)도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에 KBO리그나 K리그 일부 구단들은 비공식 굿즈 판매자들에 대해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중국 이커머스 등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쇼핑 서비스 알리익스프레스 등에 우리나라 스포츠 구단의 ‘짝퉁’ 유니폼이나 굿즈가 다수 판매되고 있다. 프로축구의 경우 FC서울이나 울산HD, FC안양, 광주FC, 포항스틸러스 등 국내 인기 K리그1 참가 구단들의 유니폼이 헐값에 제작돼 판매되고 있었다. 일레로 FC서울의 2025시즌 홈 어센틱(실제 선수들이 경기에서 착용하는 것과 같은 재질) 유니폼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9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었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10분의 1 가격도 되지 않는 9330원에 올라와 있었다. 지난해 우승팀인 울산HD는 이번 시즌 유니폼뿐만 아니라 과거 디자인인 레트로 유니폼도 제작돼 팔리고 있었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두산베어스, 한화이글스, LG트윈스 등 인기 KBO 구단의 유니폼은 정품을 구매할 경우 10만 원 내외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채 만 원이 되지 않는 가격에 팔려 나가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인기 캐릭터와 컬래버 한 한정판 유니폼이나 타 구단 유니폼과 반반씩 합쳐진 ‘혼종’도 있었다.
유니폼은 물론 열쇠고리나 머플러 등 구단 차원에서 제작해 판매하는 굿즈들은 모조리 형태만 본뜬 저가 짝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예 실제 굿즈와는 상관 없이 저품질의 모자나 티셔츠, 후드티 등에 구단 로고만 프린트 해 헐값에 판매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짝퉁 유니폼은 비단 알리익스프레스에서만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 쇼핑이나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 등에서도 외국 스포츠 구단의 모조 유니폼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해외 유명 축구·야구 구단들의 유니폼이 카피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들도 서서히 타깃이 되고 있다. 야구의 경우 올해 10월 기준 12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다 관객 수를 경신했으며, 프로축구 또한 3년 연속 200만 관중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우리나라 스포츠도 인기가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구단들도 대응에 나섰다. FC서울은 ‘FC서울 비공식 굿즈 제작 및 판매 금지 안내’라는 제목의 구단 공지사항을 올렸다. FC서울은 “구단의 공식 허가 없이 FC서울의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비공식 굿즈를 제작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소액이거나 비상업적 목적이라 하더라도 불법성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야구 구단 두산베어스 또한 ‘IP무단사용 금지 안내’라는 공지를 통해 “구단의 사용허가나 정식 라이선스 계약 없이 구단 IP 및 구단과 계약된 타사 IP를 활용한 굿즈 제작 및 디자인 변형은 위법”이라며 “IP침해 행위 적발시 법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음을 안내드린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판매업자가 검거돼 처벌받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제작한 곳은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일명 ‘짝퉁 유니폼’ 전문 업체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인기 프로 스포츠 구단들의 모조 유니폼도 팔고 있었다. 모조품의 경우 구단의 엠블럼뿐만 아니라 대담하게 해외 유명 스포츠 의류 브랜드의 로고까지 도용한 경우도 다수지만 이들이 중국에 거점을 두고 있어 단속은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다. 플랫폼 차원에서 이들을 단속해 판매가 차단된다 하더라도 상점 이름만 바꿔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다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포츠 업계는 이러한 모조 상품이 국내 스포츠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한 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는 물론 네이버나 쿠팡 등 국내 이커머스들도 이런 문제가 심각한데 아예 손을 놓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플랫폼 차원에서 이런 모조품을 차단하지 않는다면 ‘짝퉁’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시간문제기 때문에 플랫폼이 자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