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석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 "유통·렌트·AS까지 융합…702, 수입중고차 대명사 만들 것"

2025-10-22

20일 찾은 경기 용인시 중고차 매매단지 오토허브. 매달 약 3000대의 차량이 거래되는 수도권 중고차 매매의 중심지에서 최현석 코오롱모빌리티그룹(450140) 대표를 만났다. 최 대표는 “중고차 매매업 현장의 중심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연면적이 축구장 25개(17만 5676㎡)를 합쳐 놓은 크기인 오토허브에는 수십 개에 달하는 중고차 업체와 정비 시설이 들어서 있다. 전시된 차량은 최대 8000대 수준으로 코오롱(002020)모빌리티그룹이 차지하는 공간은 크지 않다. 278㎡의 작은 사무실에 150대 내외를 수용할 수 있는 전시 주차장 정도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BMW와 롤스로이스, 아우디·볼보 등을 판매하는 주요 수입차 딜러사로 잘 알려진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제 막 2년이 지났다. 최 대표는 관련 신사업을 이끌 수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중고차 업계에서 25년간 일한 전문가다.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유공(현 SK에너지) 합성수지 생산부에 입사했지만 5년 후 신규사업본부에 배치된 뒤 국내 1세대 중고차 거래 플랫폼인 SK엔카 창업 멤버로 참여하면서 중고차와 인연을 맺었다.

최 대표는 “2000년대 초반 닷컴 열풍이 불면서 인터넷을 활용한 사내 기업 프로젝트가 20여 개쯤 진행됐다”며 “생활 광고지인 ‘벼룩시장’에서 중고차를 거래하는 것을 보고 인터넷 중고차 사업이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 대표는 SK엔카 영업총괄 이사와 SK C&C 엔카 직영 사업본부장, 케이카 초대 대표를 거쳐 2023년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신사업추진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올 초에는 대표직에 오르며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는 임무에 더욱 힘이 실렸다.

최 대표는 “코오롱은 38년간 수입차 신차를 유통해왔고 전국에 40여 개 정비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중고차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신차와 중고차, 금융·정비·렌트 등 5개 사업이 함께 붙어다니는 경우가 많다”면서 “한국만 유독 이들 사업이 분절돼 있는데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들 밸류체인을 엮어내 종합 모빌리티 사업자로 도약하려 한다”고 말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중고 수입차 시장이다. 최 대표는 “수입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고 거래가 원활하지 못한 것은 애프터서비스(AS)가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3000만 원짜리 수입 중고차를 샀다 수리비가 2000만 원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걱정이 구입을 망설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수입차의 AS 기간은 3년 정도에 불과해 중고차 매물의 고장 여부는 소위 ‘뽑기’와 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 대표는 “수입 중고차 거래가 잘 되려면 현대차·기아처럼 정비 서비스가 탄탄해야 한다”며 “코오롱은 수입 신차 유통과 직영 정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AS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는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내놓은 수입 중고차 온라인플랫폼 ‘702 코오롱 인증 중고차’는 그 첫걸음이다. 회사가 직접 인증한 수입 중고차만 매물로 취급하고 정비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보증 연장 상품을 마련해 최대 2년, 4만 ㎞까지 AS를 보장한다. 자체 정비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기존보다 중고차 정비 비용을 30%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이 판매하는 수입차 브랜드만 정비가 가능하지만 내년부터는 범위도 확장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회사 매출에서 중고차 관련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5%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내년에 이를 12%로 늘리고 4년 후에는 25%를 넘어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兆) 원 단위 매출은 5~10년 사이에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궁극적으로 10년 뒤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중고차 매출이 신차 매출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수입 중고차 시장은 1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10%의 점유율만 확보해도 1조 원 매출이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 대표는 “향후 ‘702(코오롱의 자음 ㅋㅇㄹ을 형성화한 숫자)’라는 브랜드 안에서 자동차 금융과 렌트로 사업을 확장해 모빌리티 디바이스 유통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울 것”이라고 했다. 315억 원을 투자해 4315억 원에 매각한 SK엔카를 성장시킨 경험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중고차 사업은 수입 신차 유통 사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 대표는 “인증 판매와 보장 정비 서비스 등으로 중고 수입차 거래의 불투명성과 신뢰 저하 문제를 해결하면 그만큼 가격 방어가 되기 때문에 수입 신차를 찾는 고객층이 늘어난다”면서 “현재 15%에 갇혀 있는 국내 수입차 판매 비중의 벽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수입차 판매 사업은 경기 상황과 브랜드 선호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의 변동성이 크다”면서 “중고차 판매는 신차 같은 변동성이 적어 회사 수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전국에 12개 중고차 지점을 가지고 있다.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 수는 150여 명 수준이다. 최 대표는 이를 두 배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자동차는 고가의 물건인 만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고객 ‘니즈’가 있다”며 “온라인플랫폼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점을 25개 이상으로 우선 확대하고 자동차 경매장도 한 곳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제 어려운 첫걸음을 뗐다”면서 “꾸준히 성장 비전을 끌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도 최 대표에게 단기 성과 위주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뚝심 있게 사업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최 대표는 최근 코오롱그룹이 코오롱모빌리티의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사업의 순발력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신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언급했다. 상장사일 경우 M&A 추진에 많은 제약이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사업이 성장하면서 많은 합종연횡의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중고차 사업 진출을 노리는 렌트카나 물류 회사, 네트워크와 데이터 확장을 원하는 다른 자동차 유통 업체들과 융합이 가능하다”고 했다.

최 대표에게 CEO로서 목표를 묻자 “702 브랜딩에 성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수입 중고차’ 하면 702가 생각나도록 만들고 싶다”며 “SK엔카가 인터넷을 통한 중고차 거래를 구축하고, 케이카가 직영 중고차 거래라는 개념을 내놓았다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신차와 중고차, 렌트·금융·정비를 융합한 한 단계 높은 차원의 ‘모빌리티 유통 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최 대표는 “중고차 시장은 40조 원에 달하는데 기업형 회사가 10개가 안 된다”면서 “기업형 중고차 회사는 매해 5~1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기업형 회사가 규모를 앞세워 신뢰받을 수 있는 시장 시스템을 만들면 중소 업체들도 영역을 침범받기보다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서 “현재 중고차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에 그쳐 2~3% 수준인 선진국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데 정부 규제를 완화하고 투명하게 시장 시스템을 개선하면 기업은 성장하고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중고차를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중고차 시장의 본질적 문제는 결국 신뢰의 부재”라며 “믿을 수 있는 수입 중고차 거래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서 규모를 넘어 신뢰의 기준을 세우는 회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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