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만족과 양육 사이…곡예하듯 소설 썼죠"

2025-01-31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이곳에 있는 내가 진짜일까, 과거의 내가 진짜일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요.”

2023년 마흔의 나이로 신춘문예 2관왕을 거머쥐며 문단에 이름을 알린 전지영 소설가가 첫 소설집 ‘타운하우스’로 돌아왔다.

보통 수록된 표제작의 제목을 빌려 소설집의 제목을 짓는데 ‘타운하우스’는 수록된 작품 어디에도 없는 제목이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타운하우스를 인터넷에서 찾아오면 사방이 하얗고 빛이 남김 없이 들어오고 불행이란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마치 표백제를 뿌려 놓은 것 같은 공간들이 등장한다”며 “겉은 평온하지만 안에는 곧 터져 나올 것만 같은 불안감이나 갈등을 내포하고 있는 공간의 상징성에 끌렸다”고 밝혔다.

작품 속의 여성 화자는 주로 집단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는다. ‘말의 눈’에는 제주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이 함께 사는 공간인 타운하우스가, ‘쥐’에는 남편들의 계급과 지위로 자신들의 관계까지 좌우되는 해군 관사의 삶이, ‘남은 아이’에는 모두 제철소의 일자리로 삶을 영위하는 한 소도시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질적인 이들이 끼어들기 힘든 폐쇄적이고 집단적인 성향이 짙다. 그는 “결혼을 하고 나서 기혼 여성들 간의 공동체가 갖는 폐쇄성에 대해 항상 의문을 느꼈다”며 “특히 이 같은 커뮤니티에는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시스템 안의 법칙으로 계급이 지어지고 규칙대로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록된 작품 8편 중 ‘소리 소문 없이’를 제외하고 모두 등단 전에 써놨을 정도로 준비된 작가다. 결혼 후 남편의 직장을 따라 대구로 이주한 뒤 아이를 낳고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 기혼 여성이 글을 쓸 때 겪는 과정을 겪어왔다는 그는 자아 만족과 양육 사이를 오가는 곡예를 해야 했다. 둘째 아이가 기어다닐 즈음 쪽글을 벗어나 ‘장(章)’ 단위까지 쓸 수 있게 됐다. 두 아이가 모두 기관에 다닐 즈음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등단까지 7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글을 쓰지 않으면 애가 닳고, 땅에 발을 디디고 산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붕 떠서 부유하는 것 같더라고요. 쓸 때의 스트레스도 크지만 쓰지 못하는 스트레스는 감각적으로 달라요.”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쓴다는 게 호사로 여겨지는 시절이 분명히 있었기에 지금도 불평 없이 작업을 하는 데 익숙하다. 보통 아이들을 등교시킨 뒤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어떻게든 작업 시간을 사수하려고 한다. 이 시간에는 밥도 먹지 않는다. 그는 말한다. “제가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아요.”

전지영은 곧 장편 소설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우리에게는 과거가 되어버린 재난 생존자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며 “인터뷰를 해준 이들에게 제 소설이 칼로 돌아가지 않게끔 하려다 보니 마음을 다해 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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