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실손보험 부럽다"…일본 의사가 이렇게 말한 이유

2024-11-05

비급여 공화국 해부 〈하〉

지난 9월 2일, 일본 도쿄의 니시신주쿠 전철역 곳곳엔 미용·피부 클리닉 광고판이 붙어있었다. 전철 객차에서도 이러한 홍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국 지하철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고베에서 만난 미용성형외과 개원의인 스기모토 이사오(59)는 "한국이 미용·성형 분야 1등이다 보니 한국 병·의원에서 하는 광고 그대로 일본이 따라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비급여 ’공통점‘은 사실상 이 정도다. 일본은 건강보험 보장 범위가 넓은 대신, 혼합진료 등 비급여가 건강보험 체계로 편입되는 통로를 틀어막았다. 반면 한국의 비급여는 실손보험 등을 타고 건보 재정까지 갉아먹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경상의료비 대비 정부·의무가입보험재원 비율은 84.9%(2021년 기준)에 달한다. 한국(62.3%)은 물론이고, OECD 평균(7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매우 높은 것이다.

특히 일본은 건보 급여·비급여 진료를 병행하는 혼합진료를 엄격히 금지한다.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의료서비스를 막고, 환자 부담도 줄인다는 취지다. 항암제 등 매우 제한적인 경우에만 이를 풀어준다. 비급여 진료시 진찰료 등에 대해 건보 청구를 할 수 없고, 모든 비용은 환자가 부담하는 식이다. 개원의 스기모토는 "비급여 진료 후 부작용이 생겨서 2차 치료가 필요해도 절대 건보에서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비급여를 바라보는 일본 내 시선도 부정적인 편이다. 전국건강보험협회의 카와마타 타케오 이사는 “일본 국민은 건보에서 필요한 의료를 다 커버해준다는 인식이 강하다. 비급여 진료는 매우 특별한 케이스라고 생각해 대개 부정적으로 본다”면서 “미용성형과 치과 임플란트 등의 증가세가 뚜렷하긴 하지만, 일반 질환 관련 비급여는 별로 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재일교포 신경내과 의사인 신용문 이사장도 "일본에선 비급여 진료를 하는 의사가 많지 않고, 이를 위주로 하는 의료기관은 별로 좋지 않은 곳이란 이미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오히려 비급여보다 '건보 의료 쇼핑'을 우려할 정도다. 야시로 나오히로 쇼와여대 특임교수는 "건보 커버가 너무 많이 되니까 급여가 남용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건보 적용) 접골원이 많은데 이름만 그렇고, 사실상 마사지가 이뤄지는 게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민간 의료보험 보장 범위도 제한적이다. 1~2인실 입원비나 암 치료비 등을 보장해주는 정도다. 보장 방식도 정해진 금액만 지급하는 정액형이 대부분이다. 실비로 비급여까지 폭넓게 보장해주는 한국식 실손보험을 찾기 어렵다. 한 일본 의사는 “한국 같은 실손보험 상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러움을 표할 정도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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