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네일(self-nail)을 하고, 중고옷을 리폼(reform)해 입는다."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등 여가 생활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던 미국 '이대녀'(2030세대 여성들)의 소비 패턴이 확연히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고공 행진하는 물가와 불황이 예고되면서다.

구글 집계에 따르면 ‘붙이는 네일’ 검색량은 지난 2월 이후 10% 증가했고, ‘금발에서 갈색 머리로’는 17%나 급증했다. 네일샵이나 미용실을 가지 않고, 직접 관리하는 ‘셀프 케어’를 선호한다는 뜻이다. 미 소비 분석업체 서커나에 따르면 같은 달 기준 미 여성 소비자의 일반상품(의류, 신발, 생활용품 등) 구매율(60%)이 전년 대비 1% 감소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네일샵 단골이라는 미란다 맥클레런(30)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네일샵을 끊고, 금발 대신 유지비가 덜 드는 갈색 머리로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며 “월세가 150달러(약 21만원) 올랐지만, 연봉은 제자리라 사치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쇼핑 대신 옷을 수선해 입기도 한다며 “이젠 내 옷장에서 쇼핑을 한다”고 했다. 시카고에 사는 에이린 브리스코(25)도 “배달, 외식,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을 모두 끊었다”며 “일주일에 한 번 받던 심리상담 대신 ‘챗GPT’를 통해 감정을 털어놓는다”고 신문에 말했다. 뉴욕에 사는 간호사 스테파니 우메(30)도 인터뷰에서 “우버를 끊고 지하철을 이용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인들의 소비 심리가 크게 악화했다고 보고 있다. 미시간대학이 매달 발표하는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0.8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난달(57)과 경제학자들의 예상치(53.8)보다 낮은 수치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시간대가 발표하는 '1년 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전월 4.9%에서 6.7%로 올랐다. 이는 198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사를 주도한 조앤 수 박사는 “특히 여성이 불황에 대해 조금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여성의 소비 위축은 경기 침체를 알리는 신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제학자인 안웨샤 마줌더는 WSJ에 “이들의 소비 변화는 경제 전반에 빠르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