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알리익스프레스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알리에 입점한 국내 셀러들은 매출 부진으로 속앓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비자들이 중국산 초저가 상품은 구매하지만, 국내 셀러 상품에 대한 관심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알리가 국내 셀러를 잡아둘 전략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마진 없이 팔아도 ‘초저가 아니네’ 국내 셀러 매출 부진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의 월간 사용자 숫자는 712만 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1년 전(694만 명)보다 2.6%가량 증가한 수치다. 알리는 2024년 3월 이후 여름까지는 사용자가 점차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불경기가 이어지자 초저가를 앞세운 알리로 다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한 소비자는 “작년 초 알리의 인기가 높을 때 재미로 몇 번 구매한 뒤론 구매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며칠 전 다시 알리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같은 상품을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 보니 급하지 않은 상품은 가격 비교를 해 알리에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직구로 들어오는 저가 상품의 소비는 늘었지만, 알리에 입점한 국내 판매자 상품에 대한 고객 관심도는 크게 떨어지는 분위기다. 알리에 입점한 셀러 A 씨는 “최저 매출을 갱신하는 중이다. 2월까지만 해도 매출이 괜찮았는데, 지난달부터는 눈에 띄게 상황이 심각해져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알리를 떠날 때가 된 게 아닐까 싶다”고 털어놨다.
알리는 2023년 10월 국내 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한국 상품 코너인 ‘케이베뉴(K-venue)’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국내 셀러 모집을 위해 ‘수수료 면제’라는 파격 조건까지 내걸었다. 덕분에 이커머스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음에도 빠르게 국내 셀러를 확보했다. 알리가 대대적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지원금을 쏟아부은 덕에 셀러의 만족도도 높았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수수료 면제 혜택이 종료되면서다. 알리는 지난 1월 수수료 면제 정책을 종료하고 2월부터 수수료를 부과했다. 수수료는 상품군에 따라 다르다. 알리 측은 “업계 기준 동일 또는 최저 수수료”라고 밝혔다.
수수료가 부과되면서 일부 국내 셀러는 판매 상품의 가격을 소폭 올렸다. 그간 수수료 면제 혜택 덕분에 알리에서 최저가로 판매하던 상품을 다른 플랫폼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눈에 띄게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푸념이 이어지고 있다.
셀러 B 씨는 “다른 플랫폼보다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데도 ‘알리치고 비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알리의 초반 마케팅으로 소비자 사이에서 ‘알리 상품은 매우 쌀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겨버렸다. 마진이 남지 않을 정도로 싸게 파는 게 아니면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억페스타 참여하려면 가격 낮춰야” 울며 겨자 먹기
매출 부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알리가 상품 가격을 낮추도록 유도한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최근 알리는 국내 셀러 대상으로 ‘천억페스타’ 참여 조건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기존에는 최근 30일간 판매 수량이 1건 이상, 72시간 내 배송률 80% 조건을 충족하면 천억페스타에 참여 가능했다. 하지만 5월부터는 30일간 판매 수량이 5건 이상이며 72시간 내 배송률 90%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천억페스타는 알리가 쇼핑지원금 천억 원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할인행사다. 천억페스타에 등록된 상품에는 할인율이 높게 적용되고, 할인금액은 알리에서 부담한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보니 셀러들의 행사 참여 의지도 매우 높은 편이다.
셀러 C 씨는 “지난달에 한 개도 안 팔린 상품이 수두룩하다. 천억페스타에 참여하려면 상품 판매율이 높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하지 않겠나”라며 “결국 알리가 셀러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리도록 유도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알리익스프레스 관계자는 “케이베뉴 판매자들과 상호 협의를 통해 가격을 책정한다”며 “신선식품, 뷰티, 패션, 오토 등 전문 카테고리를 다각화하며 케이베뉴 채널을 계속해서 강화하는 중이다. 신규 및 중소기업 판매자에게 수수료 혜택도 제공하며 국내 셀러 매출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알리가 국내 시장 공략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 소액 면세 제도를 폐지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다음 달 2일부터는 중국, 홍콩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800달러 이하 수입품에도 관세가 붙는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 키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한국 시장 잡기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 같다”며 “중국산 저가 공산품만 판매해서는 사업성이 없다. 국내 셀러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프로모션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셀러를 잡아두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리는 지난해 2억 달러를 투자, 국내에 물류센터를 건립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천, 평택 등이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별다른 진척은 없다. 알리 관계자는 “아직 구체화된 부분은 없다. 조만간 내용이 정해지면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세계와의 합작법인 출범도 준비 중이다. 지난 1월 신세계그룹은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신고를 공정위에 접수했다. 아직 심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심사 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지만 90일까지 연장 가능하다. 중간에 자료 보완이 여러 차례 되는데, 이 기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보통 큰 기업의 심사는 (30일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이유로 심사가 지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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