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무에서 아파트를 판다고?”
중국 대형 e커머스 플랫폼 테무가 우리나라 유명 포털 '검색 광고'에 판매 상품과 무관한 키워드를 끼워 넣어 이른바 '낚시'를 하고 있다는 업계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판매하고 있지 않더라도 포털 사용자가 많이 검색하는 단어에 테무 광고를 노출하면서 방문자를 늘리고 있다.
19일 e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최근 네이버의 광고상품 '파워링크'에서 실제 판매상품과 현저하게 관련성이 떨어지는 몇개 키워드를 사이트 노출 조건으로 활용했다.
네이버 파워링크는 검색어와 광고 연관도, 광고주의 입찰가 등에 따라 노출 여부와 순위가 결정되는 상품이다.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단어를 입력하면 검색창 상단에 관련 사이트들을 노출한다. 예를 들어 '중고차'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KB오토카' '롯데렌터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테무는 실제 판매 상품군과 관련성이 없는 키워드에도 사이트가 상단에 노출되도록 했다. 실제로 '아파트 급매'라는 단어를 네이버에서 검색한 결과 화면 최상단에 테무가 올라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중고 판매' '강아지 판매' 등 관련도가 낮은 단어들에도 테무의 광고 문구가 등장했다.
국내 e커머스 업계는 이 같은 테무의 광고 전략이 국내 소비자를 유입시키려는 무분별한 행태라고 꼬집었다. '아파트 급매' 를 네이버에서 검색하면 “놀라운 가격으로 아파트급매를 확인해보세요”라는 테무의 광고글이 등장했다. 마음 급하게 아파트 매물을 찾고 있는 사용자를 그럴듯한 문장으로 현혹해 테무로 '하이재킹'하는 셈이다.
테무는 이 같은 광고 행태에 대해 네이버 등 디지털 광고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테무 관계자는 “'아파트 급매', '중고매매', '강아지 판매'와 같은 문제의 키워드는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면서 “이 같은 키워드들은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매틱 광고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확장 키워드 매칭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테무는 전자신문의 취재가 시작되자 '아파트 급매' 등 문제 단어를 광고 키워드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통상 광고주가 검색광고 키워드를 지정한다”고 했다. 그는 “(테무 사례는) 국내 온라인쇼핑 업계가 시장 초기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진행했던 광고 행태와 똑같다”면서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기 위한 낚시”라고 덧붙였다.
네이버 측은 자사 검색광고 서비스와 관련해 외부 신고 등으로 연관도가 낮다고 판단되면 검색 품질과 이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집행을 제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광고주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