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 한인 교계 존속의 고민, 모두의 숙제

2025-02-18

한인 교계의 대표 얼굴들이 바뀌고 있다.

1세대 목회자들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최근 여러 교회가 40대를 담임 목회자로 새롭게 세우는 중이다.

이는 단순한 리더십 교체가 아니다. 이면에는 한인 교계의 정체성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한인들의 이민은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붐을 이뤘다. 당시 목회자들의 사역은 공항에서부터 시작됐다. 교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목회자들이 직접 발로 뛰던 시절이었다. 교회가 종교적 목적뿐만 아니라 친목 또는 사회적 공동체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이민 1세대와 미국에서 성장한 2세대가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적, 역사적으로 점점 분리되고 있다.

재외한인학회 조사에 따르면 미주 한인 2세의 절반 이상이 이미 타인종 또는 타민족과 결혼하고 있다. 이는 곧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이 희석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렇다 보니 타인종과 결혼한 3세 또는 4세까지 등장하고 있다.

게다가 새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은 과거와 달리 방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어느 정도 경제력이 갖춰진 상태로 자리를 잡는다. 손에 달랑 ‘200불’만 쥐고 미국에 왔다는 무용담이나, 목회자가 공항에 마중 나가 교인들의 정착을 돕던 일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패러다임이 변했다. 일례로 오늘날 이민 교회는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언어와 문화적으로 확연히 갈리는 시점에서 1세대가 2세대를 위해 영어 예배를 개설해 주거나, 따로 영어권 공동체를 만들어 일부 공간을 내주고 재정 지원을 해주고 있다. 하나의 공동체로 유지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나온 대안이다.

한인 교계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왜 꼭 ‘Korean Church’여야 하는가. 다음 세대는 국적을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하기보다 다양한 인종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그들에게 ‘한국인(Korean)’은 뿌리이자 정체성이긴 하지만, 삶의 영역까지 구분 지어야 할 개념은 아니다.

한인끼리 모여야 한다는 명제로 다음 세대를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소위 ‘백인 교회’, ‘흑인 교회’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인종과 관계없이 다민족, 다인종 교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민족이나 인종으로 구분되는 교회는 사실상 무의미해지고 있다. 한인 교회 역시 역할과 기능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한인 교회가 왜 필요하며, 어떤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폭넓은 논의와 방향 설정은 이민 교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다.

한인 가정 내에서도 언어적, 문화적, 가치관적 괴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미래에 ‘한인 교회’라는 공동체가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교계는 한인 사회의 축소판이다. 교회를 유심히 살펴보면 이민 사회의 흐름이 보인다. 이민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곧 한인 사회가 마주한 현실이다.

예전에는 ‘LA=한인타운’이라는 공식이 명확했다.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LA에는 한인이 많지만, 거주 반경은 상당히 넓어졌다. 과거 LA와 뉴욕이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양대 도시였다면, 이제는 한인 인구가 여러 주에 걸쳐 골고루 분산되는 추세다. 교회뿐만 아니라 한인의 정체성을 뿌리로 두고 있는 은행, 기업, 비즈니스, 학교, 단체 및 기관 역시 존재 이유와 역할, 방향에 대한 재설정이 시급하다.

민족적 색채는 점점 옅어지고 있다. 그럴수록 한인 사회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정체성이라는 뿌리 없이 존속할 수 있는 민족은 없지 않나.

한인 이민 교계는 이미 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40대 목회자들이 하나둘씩 세워지는 것은 ‘한인 교회’가 새로운 형태로 존속하기 위한 다급한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리더들이 떠안은 책임은 막중하다. 단, 이러한 부담은 변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들이 풀어나갈 숙제는 향후 한인 사회가 존재하는 데 필요한 해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인 교계의 행보와 변화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장열 /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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