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을 다시 읽는다

2025-04-08

탄핵이 인용되었다. 문득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떠올랐다.

젊은 시절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도탄에 빠졌던 테베시를 구원했고 ‘인간 중 으뜸’이란 칭송을 들었던 사람이다. 마침 테베는 왕의 자리가 비어있어 오이디푸스는 선왕의 아내와 결혼하고 군주가 되었다. 떠돌이 나그네가 홀연 별을 잡은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역병이 돌자 테베는 다시 도탄에 빠진다. 신탁은 과거 선왕을 죽인 범인이 테베를 더럽혔다는 진단을 내렸고, 예언자는 오이디푸스를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은 보통 사람보다 큰 인물이지만, 성격적 결함이 있어 곧잘 추락하곤 했다. 오이디푸스의 결함은 성급하고 분노에 취약한 것이었다. 그는 예언자의 말에 분노했고 정치적 음모라 단정 지었다. 주변에서 만류했으나 직성이 풀릴 때까지 범인을 추적했다. 결국 젊은 시절에 분노를 참지 못해 살해했던 노인이 테베의 선왕이었으며, 그가 자신의 친부고 현재의 아내가 어머니임을 알게 된다.

신화에서 출발한 이야기지만 지금까지도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계속 회자되는 것은 그 소재를 처리하는 작가의 방식, 특히 성숙한 결말이 큰 몫을 한다. 끔찍한 진실이 판명 난 뒤 오이디푸스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과오를 흔연히 받아들인다. 그는 진실을 보지 못한 자신의 눈을 찔러 스스로를 단죄하고 추방을 요청하여 역병으로부터 테베를 보호하였다.

전 대통령 역시 성과나 노력한 바가 있고 억울함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 과오는 그것대로 인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테베가 교훈을 얻었듯 우리 역시 승자독식과 다수결의 횡포 속에 대립으로 치닫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를 직시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대통령’의 시간이 아니라 ‘민주’의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명화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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