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교육진흥법'이 2003년 '산업교육진흥 산학연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산학협력법)'로 전면 개정된지 올해로 22년을 맞는다. 이 법은 산학연협력을 촉진해 교육과 연구 연계를 기반으로 산업사회 요구에 맞는 창의적 산업인력 양성과 기술 사업화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 개정됐다. 이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
그동안 산학협력법 적용 주체인 대학은 큰 변화를 겪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학령인구 감소다. 우수 인재를 양성해 사회에 배출하고 싶어도, 학생이 없다. 고등 교육을 통해 사회에 인재를 양성, 배출한다는 대학의 기존 주요 역할에 또 다른 역할이 요구된다. 연구개발(R&D) 기반 기술 이전 사업화를 통한 산업발전 지원이다. 대학은 기업, 공공기관과 달리 다양한 R&D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최근 정부도 이러한 맥을 같이해 대학의 기술이전 사업화 강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산업협력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를 통해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가 다른 대학이, 출연연구기관의 기술이전, 중개업무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첨단산업 분야에 한정해 운영하는 대학의 계약정원을 전 분야로 확대해 운영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 보유 의무 규제 폐지 후속 조치로 관련 예외사유 조항도 폐지했다.
환영할 일이다. 물론 여전히 우려되는 바도 있다. 1기관 1기술지주회사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부실한 기술지주회사에서 자회사 설립을 강요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학들이 기술지주회사 운영을 당장의 수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함께 대학 내에서 산학협력이 더욱 활성화 되지 못하는 이유로 대학평가가 거론된다. 실제 대학 내에서 산학협력의 중요성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대학 평가에서 산학협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 평가는 연구실적, 논문수, 교육질, 졸업생 취업률 등 기존 전통적 지표에 집중돼 있다. 산학협력 수입이나 실적이 대학 예산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함에도, 산학협력은 여전히 부가적 활동으로 인식된다. 그렇다고 산학협력을 단순히 기술이전 수입이나 창업 건수 등 수치 중심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쉽게 할 수 없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연구개발과 기초기술 사업화 시도 등에 대한 평가 반영도 필요하다.
대학의 사회적 가치, 지역 기여도, 산업과의 지속가능한 관계 구축 능력 등을 평가하는 주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기술이전 사업화 부분이 대학평가에 반영돼야, 대학 내에서도 산학연협력의 중요성을 더욱 인식하지 않을까 싶다. 이 외 대학의 간접비 산정방식과 집행, 이에 대한 인식 등도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이와 관련해 긍정적 시그널이 있다.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구조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대응방안을 찾는 자리가 마련되고 있다. 오는 16일 제주에서 열리는 '기술이전사업화 콘퍼런스' 부대행사로 '산학협력의 지형도, 변곡점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디자인하다'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가 열린다. 본 토론회는 전자신문 에듀플러스,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주관으로 마련된다.
토론회를 통해 산학연협력이 보다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문제 해결, 제도적 뒷 받침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 기존에는 인재양성 배출에만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기술 개발과 이전, 사업화 등에서도 역할을 강화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산업의 기초가 더욱 튼튼해지고, 강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