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부터 지는 외국인 유학생 문제 해결하겠다는 스타트업

2025-04-16

“요즘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어딜 가든 듣는다. 어렵다는 건, 곧 ‘불안’과 연결된다. 내가 이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내가 여기서 잘 먹고 살 수 있을까? 이 불안은, ‘우리 사회’에 소속되지 않았거나, 혹은 정착하기 어려운 이일수록 커진다. 이현재 예스퓨쳐 대표는 “외국인은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 소외 계층이라, 상대적으로 불황 시기엔 더더욱 불안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예스퓨처는 다음, 카카오, 배달의민족을 거치면서 대외협력을 해왔던 이현재 대표가 지난해 창업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비비자(vivisa)’서비스를 만든다. 비비자란 이름엔 비자 발급과 관리를 잘 해주겠다는 의미도 있고,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우리가 함께 잘 비벼져 어우러지잔 뜻도 담았다.

“베트남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올 때 브로커나 에이전시에 500만원, 많게는 3000만원까지 수수료를 낸다. 비자 발급이 어렵고 정보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일인데,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빚부터 지고 오게 되는 거다.”

인구 절벽, 대학의 학생 수 감소 등을 생각하면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매우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됐다. 그러나 이들 유학생은 한국에 들어오면서부터 비자 발급, 학교 신청 등 정착을 위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잦다. 한국행 시작부터 ‘불안’과 함께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지난 일년 간은 세 가지 프로덕트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유학생이 비자 서류 관리를 쉽게 하도록 하는 ‘비비자’와 학교 정보를 각자의 모국어로 제공하는 플랫폼 ‘비비자 어플라이’, 국내 대학이 유학생 관리를 잘 할 수 있게 하는 통합 관리 플랫폼 ‘비비자 유니’ 등이다. 셋은 따로 떨어져 있는 서비스이긴 하나,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사는데 불편함을 줄여 정착하게 한다는 공통의 과제로 연결되어 있다.

외국인 유학생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마주해야 할 지, 그리고 예스퓨처는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려 하는지 이현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우리나라 비자 발급이 어렵나?

그렇다. 법무부 담당자를 만나봤는데, 남북이 아직 군사적으로 대치되어 있는 상황이라 깐깐한 비자 정책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 정책적으로는 현재 300만명 정도 국내 들어와 있는 외국인을 2030년까지 500만명으로 늘려 인구 감소에 대한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비자 발급을 받긴 어렵다.

주로 어느 나라에서 한국에 많이 들어오나?

중국이 항상 일등이다. 넘사벽이다. 최근에는 베트남에서 많이 온다. 몽골, 우즈베키스탄, 일본, 미국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그런데, 요즘 베트남에서 오는 이들 중 80%가 불법 브로커를 통해 들어온다는 이야기가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만 가도 몇백개의 에이전시나 불법 브로커가 있다. 베트남 내에서도 (비자 발급과 관련해) 사기가 이슈가 되기도 한다.

불법 브로커가 왜 성행하나

한국으로 들어오는 과정과 관련해 정보가 부족하다. 한국에서 어떤 대학을 가야 하는지, 그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제대로 정보가 구성되어 있지 않다. 장학금은 주는지, 기숙사는 있는지, 유학생 입장에선 궁금한 게 많다. 그 정보를 주면서 에이전시가 폭리를 취한다.

하노이 대학처럼 좋은 학교를 나온 대졸 신입도 베트남 현지에서 초임 월급이 30만~40만원 밖에 안 되는데, 브로커나 에이전시를 통해서 들어오면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3000만원까지 수수료를 내야 한다. 비자 발급 받고 학교 추천을 받고, 한국어능력시험이나 면접 준비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받아간다.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빚부터 지고 오게 되는 거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학비와 거주 등에 돈이 드는데, 그 빚을 갚으려면 돈을 벌어야 하지만 취업 비자를 발급받기는 더 어렵다. 그렇게 불법 체류가 만들어진다.

이 문제를 플랫폼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나?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 들어오려는 유학생들은 특정 비자를 발급 받거나 연장하기 위해서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스퓨처가 처음에는,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OCR(광학문자인식)로 찍으면 현재 비자 상태, 필요한 서류, 보험료 납입 여부, 준비해야 하는 시험 등을 알려주는 일을 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한 걸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불법 브로커를 찾을 확률이 줄어든다.

이미 들어온 사람도 비자 관리가 어려운가

1년 마다 비자 갱신을 해야 한다. 주소지나 학교를 옮길 때도, 일자리를 찾아도 다 신고를 해야 한다. 이때도 행정사나 변호사를 찾아가야 하는 일이 있는데, 여기서도 또 수백만원 이상이 들기도 한다. 비자와 관련된 모든 일에 큰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K팝 같은 한류 덕에 한국이 좋아 유학을 오고, 여기서 인재로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비자 때문에 정착이 어렵다. 비자 문제가 발목을 잡아 결국 다른 나라로 가게 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이들이 정착해 한국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하는데, 처음부터 기회를 박탈시켜 버리는 셈이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가?

한국인 직원 다섯명을 뽑아야 외국인 직원 한 명을 뽑을 수 있다. 회사에서 한국 사람을 우선해 뽑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예스퓨처도 최근 베트남 직원을 한 명 뽑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까다로웠다. 그냥 뽑겠다고 말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이 사람이 가진 능력이 회사의 어떤 부분과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이 친구가 얼마나 대체불가능한 인재인지를 기술해야 한다. 그걸 보고 심사 담당자가 승인을 해줘야 하는 문제가 있다.

외국인이 지금 우리 사회에 왜 중요한가

이렇게 말하면 더 와닿을 것 같은데, 지금 당신이 먹는 음식의 식재료는 거의 100% 외국인의 손에서 자란다. 지방에는 일손이 없다. 우리 사회가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서 공부를 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그 파이프라인을 더 키워 개인과 사회가 함께 잘 될 수있도록 연결시켜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안타깝다. 기업의 요구, 지자체의 요구, 지역의 요구, 학교의 요구와 정부의 비자 정책이 미스매치가 되고 있다.

몇년 전에 농업 스타트업을 취재하면서 감자밭에 간적 있다. 그때 대부분이 베트남 등에서 온 외국인이더라

그렇다. 그런데도 국내에선 외국인을 아직도 문화적으로 터부시한다. 우리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하는데, 그 일자리에 한국인들이 지원하지 않고, 일할 (노동가능인구) 사람도 줄어든다. 한국 사회의 인구 절벽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2년 전에는 조선업이 살아나면서 울산과 포항의 조선소에서 용접공 수요가 컸다. 그런데 한국인 용접공이 없으니 인력난이 생겼고, 정부가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에서 3만5000명을 긴급하게 데려와야 했다. 납기는 맞춰야 하니까.

특히 지역에서의 노동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울산은 조선업 인력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울산형 광역비자’ 도입을 추진했다(현재는 보류 상태). 한국의 제2 도시라고 불리는 부산은 인구 초고령 사회에 가장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 시장은 2028년까지 부산에 외국인 유학생을 3만명 데려오겠다고 했는데, 그만큼 외국인의 유입이 중요해졌단 얘기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비자를 발급 받는 일을 아직도 매우 어렵다.

여러 문제 중에서 예스퓨처가 ‘외국인 유학생’을 먼저 타깃한 이유는 뭔가

1차 타깃이 그렇다. 주변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만나볼 기회가 생겼고, 그래서 그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먼저 알게 되서다. 예스퓨처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지역도 돌아다녔는데 대학의 입장에서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더라.

인구가 줄어들고 지방이 소멸하면서 대학의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지방 뿐만 아니라 서울 안의 대학도 소멸 단계를 겪고 있다. 서울의 유명 대학들도 외국인을 유치하는데 매우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는, 서울의 유명 대학들조차 외국인 유치를 매우 중요하게 본다. 서울대도 외국인이 엄청나게 많고, 고려대와 연세대 같은 경우도 거의 8000~9000명 수준으로 외국인 학생이 들어와 있다.

수익 모델 때문에?

교육부가 외국인은 정원 외로 입학을 허가해준다. 학교마다 능력껏 뽑는 셈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오히려 에이전시에 학생 유치를 요청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학생 한 명을 유치할 때마다 해당 학생을 데려온 에이전시에 마케팅비 조로 리베이트를 주기도 한다. 카르텔이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일은, 지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학생이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브로커나 에이전시를 통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쉽게 찾아 자신에게 맞는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의외로, 한국의 대학 사이트들이 그런 정보를 제대로 구축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유학생들이 모국어로 각 대학 사이트의 정보를 찾아보고, 정보를 비교할 수 있도록 원어 지원도 하고 있다.

돈은 어떻게 버나?

정보 제공만으로 비용을 청구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단 플랫폼을 쓰는 이들이 늘어나면 이후 수익화 할 수 있는 사업은 얼만든지 생길 수 있다. 특히 이동통신사나 은행 등에서 외국인 유학생에 관심이 많다.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통신 상품, 계좌, 카드, 보험 등을 개설하는 외국인이 새로운 타깃층이 된 것이다. 우리한테도 이동통신사들이 협력 제안이 벌써부터 오기도 한다. 나중에는 충분히 수익화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도 캐시카우는 만들 수 있다. ‘비비자 유니’는 학교를 위한 SaaS 플랫폼이다. 지금 각 학교에서는 유학생 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리스트만 있지, 비자 상태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해주기도, 학사 행정을 제대로 안내하기도 어려운 시스템이다.

학생들의 비자 상태, 학사 행정 등을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확인, 모국어로 공지해주고 해당공지를 각 학생이 읽었는지 확인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학생이 알람을 잘 소비하는지, 이탈 우려는 없는지를 미리 인지하는 것은 학교 운영에도 매우 중요하다. 이 시시스템은 유료로 판매하려 한다. 학교들이 원하는 서비스이고, 유학생 관리가 잘 되어야 하는 필요도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의 반응도 괜찮다.

일단 사람을 많이 모은다는 전략은 배달의민족과 유사해 보인다(이현재 대표가 배달의민족 대외협력이사 출신이다)

카카오에 다닐 때 배달의민족(배민)에서 대외협력에 경력이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김봉진 의장이 한 번 만나보자고 하더라. 그때, 배민이 ‘수수료 0원’ 정책을 꺼낼 때였다. 당시에 수백억의 매출을 낼 땐데, 그걸 포기하고 수수료를 없앤다고? 와, 저 사람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싶어서, 배민에 갈 생각은 없었지만 당시 김봉진 대표를 만났었다. “내부에서 반대가 있지만, 배달시장이 커진다는 확신이 있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결국 나도 그때 배민에 합류했다.

일단 플랫폼을 키운다는 정책이, 그때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나중에는 어떤 일을 하려 하나

학생들의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면, 이들이 어떤 공부를 했는지, 비자 타입은 무엇이고 언제까지 거주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지방은 소멸되는 상태에서 학생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과 맞는 직장을 연결해 줄 수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초고령 사회에 먼저 진입했다. 오랜 기간 경제 불황을 겪다가 변화의 변곡점을 찾은게 비자 정책, 외국인 수용 정책이다. 일본 경제를 부스트업 시킨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우리도 그 사례를 보고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비자 발급이 쉬워지고 한국에 외국인이 들어오기 쉬어지면 예스퓨처가 타격 받는 것은 아닌가(웃음)

지금 상황이 합리적인 상황은 아니다. 비정상의 상황인데, 지금 우리의 사업이 계속 잘 된다면 대한민국은 이미 망해가고 있다는 증표일 거다. 언젠가는 다양성을 가진 사회로 나아가야 대한민국도 지속 가능하다.

지금의 문제가 빨리 사라지고, 새로운 방향이 잡히면 예스퓨처도 그때는 새로운 일을 해야 할거다. 비자 문제가 아니라, 취업이나 주거의 문제 등, 외국인들도 우리 사회에서 불안 없이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풀어나가면 된다. 외국인을 위한 종합 포털로 가는 것, 그게 예스퓨처의 미래다. 지금 현재로서의 우리의 목표는, ‘언제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야 새로운 미래를 볼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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