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참모들은 3일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지난 1일 취임 30개월 만에 10%대로 내려앉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임기 반환점(10일)과 맞물린 인위적 인적 쇄신이나, 국면 전환용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정책 역량에 집중해 국민에게 성과로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용산의 많은 이들이 10%대 지지율에 대해 “올 것이 왔다”며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평소 당·정 일치와 지지층 결집을 강조한 윤 대통령이기에 지난 1일 한국갤럽의 국정 지지율 조사(지난달 29일~31일 성인 1005명 조사)에서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지율이 전국 평균(19%)보다 낮은 18%에 그친 건 충격이 컸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야당의 탄핵 공세에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의연해지려 하지만, 왜 고심이 없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여권에선 대통령실이 인적 쇄신과 부처 개각을 비롯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장수 장관과 업무 역량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받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등 구체적 교체 대상자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일각에선 지난 4월 총선 패배 때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실 참모와 내각이 총사퇴한 뒤 재신임을 물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실 전면 쇄신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권자인 대통령님의 판단과 결정에 맡기고 있다”고 답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용산 내부에서도 변화와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윤 대통령의 결심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지만 당장 대책을 못 꺼내는 건 효과와 시기를 두고 당·정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당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친한계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입장 표명과 함께 즉각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5일)과 위증교사 의혹(25일) 1심 선고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선 “이 대표의 선고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11월엔 외교 일정 등 국·내외적으로 대형 정치 이벤트가 많고 야당에선 이 대표 선고 전까지 어떤 협조도 안 할 것”이라며 “인적 쇄신을 하더라도 묻혀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 대선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 대표의 1심 선고 등이 마무리된 이달 말쯤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사과, 혹은 유감 표명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 여사와 명태균씨 모두 윤 대통령이 직접 말하고 풀어야 하는 문제다. 그 점을 윤 대통령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그때까지 한 달 가까이 남았다는 점이다. 10%대의 지지율이 이어지면 극단적인 여소야대 국회에서 최소한의 국정 동력마저 잃게 된다. 야당이 14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재차 표결에 부칠 예정인 가운데, 여당 이탈표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대표는 지난달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여당 의원 30여명을 설득해 특검법을 막았지만,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걱정이 된다”고 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용산에서 당장의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변화의 메시지는 서둘러 내야 한다”며 “10%대의 지지율이 고착되면 국정 동력을 완전히 상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