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향 막걸리와 독일 ‘맥주순수령’

2024-10-22

지난 주말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찐막 페스티벌’이 열렸다. ‘찐막’은 ‘진짜 막걸리’라는 뜻으로 향료와 색소, 외국산 농산물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 우리농산물로 빚은 막걸리를 의미한다. 행사는 향료와 색소를 첨가한 술도 막걸리로 인정하는 세정당국의 주세법 시행령 개정 추진 부당성을 국민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발효미학의 결정체인 술의 ‘발효과정’을 생략한 향료와 색소 첨가 술에 대한 전통주업계의 차별화 요구와 반발은 너무나 당연하다.

가향(加香) 술의 막걸리 인정 추진은 국회에서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세법 시행령 개정 철회를 요구했다. 그는 세계시장에 내놓을 술은 우리나라 명품 술이지 족보 없는 술을 양산해서 수출을 늘리자는 것은 아니라며 시행령 개정을 철회할 용의가 없는지 기재부 장관에게 따져 물었다. 앞서 지난달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같은 당 임호선 의원이 주세법 시행령 개정은 “향료·색소 첨가 탁주는 막걸리가 아니다”는 법원 판결을 고려하라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청주지방법원은 “탁주는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주로 원형대로 유지·보전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있어 낮은 세율로 특혜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세정당국의 의도대로 주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향료와 색소를 첨가한 술도 막걸리와 같이 ‘종량세’가 적용돼 현행 ‘기타주류’에 비해 주세가 7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이럴 경우 전통주를 원형대로 유지·보전할 공익상의 ‘필요가 없는’ 향료와 색소 첨가 술이 전통주에 부여하는 특혜 세율을 적용받게 돼 판례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세정당국의 가향 막걸리 논란은 독일의 ‘맥주순수령’도 돌아보게 한다. 맥주순수령은 16세기 독일 바이에른 공국이 반포한 맥주 양조법령으로 맥주는 맥아와 홉·물만 사용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독일은 가향 맥주 천국인 유럽에서 오직 맥주순수령 하나로 종주국의 위상과 자존감을 지켜가고 있다. 그런 만큼 지금 세정당국이 해야 할 일은 향료나 색소를 첨가한 술에 대한 전통주 주세 적용 추진이 아니라 막걸리 등 전통주의 순수성을 지키고 계승·발전시키려는 장인들에 대한 세제와 예산의 지원 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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