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출근하며 밭에 깨를 털고 있는 풍경을 보았다. 여느 가을처럼 대수롭지 않은 우리네 시골 풍경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밭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근로자가 동남아시아 사람이라는 점에서 정말 우리네 시골 풍경인가 싶다. 사실 이런 풍경이 이제 낯설지는 않다. 이유는 시골의 농․축산, 어업 및 건설, 중소기업 현장, 심지어 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종업원까지 현재 우리는 그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년 전부터 저출생, 고령화, 인구감소, 지방 소멸 위기 등의 문제와 맞물려 외국인들을 적극 수용하였으며 그 결과 외국인 체류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4년 6월 260만 명을 돌파, 총인구의 5%를 넘어서며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현재 총인구의 3%에서 향후 40년간 호주 및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수준인 1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사실이다.(마이클 클레멘스 교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사실 이미 지방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 어떤 산업도 원활히 돌아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가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 8월 비경제활동인구이면서 그냥 쉬었다는 20~30대 인구가 74만 7천 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보다 더 증가하며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취업한 일자리가 대부분 농업, 어업, 축산업 등의 1차 산업 및 19인 미만의 중소기업, 제조업, 건설업의 현장 등 국내 청년들이 기피하는 일자리라는 점에서 이와 같은 주장이 맞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지난 2022년 한국은행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방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대비 1% 증가하면 내국인의 고용 기회가 장기적으로 평균 1.5%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 근로자는 내국인 근로자와 상호 보완적 관계임을 증명하였다. 이는 외국인 노동력 투입으로 하락한 비용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등 사업이 확장하며 국내 인력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의 이런 긍정적인 효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지방 소멸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은 지방 소멸의 가속화를 늦출 수는 있으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경제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유는 외국인 근로자는 가족이나 친구, 장기 일자리 등에 대한 제약이 적어 내국인 근로자보다 경제 기회의 민감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는 경기가 좋은 지역, 일자리가 많은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수도권 집중)하기 때문에 지방 소멸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미뤄볼 때, 지방의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시대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며 이들을 통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고 지방 소멸을 늦추기 위해서는 이들이 정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즉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독일 등에 돈을 벌기 위해 갔었던 것처럼 그들 또한 같음을 인정하고 포용적인 태도를 가져야 함은 물론 좋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수도권 지역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정책적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고용허가제로 10년 이상 체류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정비하여 장기적으로 좋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북특별자치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 도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최남진 원광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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