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임직원들에게 주요 화두 중 하나로 ‘글로벌 원팀’을 제시했다. 미국 정부의 고관세 정책·완성차 수요 둔화 등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려면 조직 역량의 결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글로벌 거점·부서·인력 간 협업을 강조한 정 회장의 주문 아래 현대차(005380) 조직 문화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김혜인 현대차 HR본부장(부사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회장은 많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어떤 문제에 직면할 지 함께 준비하고 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수직 계열화라는 현대차만의 강점을 활용하려면 얼라인먼트(일체감)가 중요하다고 많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신설된 현대차 ‘미국관세 대응전략 태스크포스팀(TFT)’은 정 회장의 메시지를 실천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 사장 직속인 TFT는 재무·대관·생산 등 전 세계 유관부서 핵심 인력들을 한 데 모아 미국 관세 정책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무뇨스 사장 역시 “브링 어스 투게더(우리를 하나로 합치자·Bring us together)”라는 구호를 앞세워 내부 결속에 힘주고 있다.
김 부사장은 “무뇨스 사장이 계속 강조하는 것은 ‘우리는 고객등의 삶에 도움을 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라는 점”이라며 “전 세계 고객들이 다양한 만큼 경영진의 성별, 생각 등도 다양해야 하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직 소통 방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글로벌 조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소속감을 높이기 위한 ‘소통의 장’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김 부사장은 “지금까지 타운홀 미팅은 CEO나 본부장(부사장)급의 사람들이 나와서 했다면 앞으로는 그 밑의 사람들까지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사 관리(HR)만 해도 이전에는 각국 법인의 관리자들이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게 없었는데 작년부터는 매달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인재 확보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무뇨스 사장을 외국인 최초 CEO로 발탁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공화당 소속인 드류 퍼거슨 전 연방 하원의원을 HMG워싱턴사무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수소, 로보틱스 등 (현대차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인재가 필요하다 보니 채용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상시 채용 기조를 계속 가져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