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카오 하면 흔히 ‘카지노’를 떠올리지만, 공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마카오에서 반드시 봐야 할 공연으로 자리 잡은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대표적이다.
초기 제작비 20억 위안(약 4001억원)이 투입된 이 공연은 2010년 9월 첫 무대 이후 약 4000회 이상 공연되며 누적 관객 약 600만명을 기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중 쇼다. 2020년 코로나로 팬데믹으로 중단됐던 이 공연이 오는 5월,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관객들을 다시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마카오의 대표적 레저·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멜코 리조트 앤 엔터테인먼트(멜코)가 운영하는 리조트 ‘시티 오브 드림스’ 내 전용 극장에서 펼쳐진다. 이 쇼는 카지노뿐이라는 마카오의 이미지를 지우고, 세계적인 라이브 공연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멜코의 로렌스 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구상했다.

지난달 27일 마카오 모르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멜코의 로렌스 호 회장은 “워터쇼의 새로운 기준이 될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오는 5월 새롭게 돌아온다”며 “마카오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유일무이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마카오 정부 협력 기관 담당자들과 아시아권 기자단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 후 기자단은 완벽한 쇼를 준비 중인 백스테이지를 직접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신비로운 왕국을 찾아온 이방인이 물의 힘을 지닌 공주와 사랑에 빠지고, 왕국을 차지하려는 계모 왕비로부터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다. 익숙한 러브스토리이지만, 수십 미터(m) 높이에서 8미터 깊이의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다이빙 묘기, 화려한 레이저 연출, 그리고 공중에서 펼쳐지는 서커스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오직 마카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압도적인 장관을 선사한다.
총연출은 2022년 세상을 떠난 프랑코 드라고네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의 저명한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줄리아노 페파리니가 맡았다. 지난 공연에서 조연출과 안무가로 참여했던 페파리니는 “성공적인 쇼를 다시 구성하고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깨닫는 시간이었다”며 “새로운 독창성과 창의적 요소를 더욱 확장·발전시켜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에는 30개국에서 모인 약 300명의 출연자와 스태프가 참여한다. 체조, 곡예, 다이빙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출연진은 체조 선수 출신과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다이빙 선수들로 구성됐다. 페파리니는 “캐스팅 과정에서 단순히 퍼포먼스 실력이나 고난도 기술을 잘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극을 이해하고 연극적인 요소를 얼마나 흥미롭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살폈다”며 “그들의 몸짓을 활용해 새로운 움직임의 언어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중 무대가 평지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1분

2000석 규모의 270도 원형 공연장은 어디에 앉아도 쇼를 생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대 아래에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5개를 합친 크기(약 1400만 리터)의 거대한 수영장이 자리하고 있으며, 11개의 리프트를 통해 단 1분 만에 마른 평지로 변신한다. 바다였던 공간이 순식간에 육지가 되는 이 독창적인 무대에서 배우들은 수중과 지상을 넘나들며 환상적인 워터쇼를 펼친다.
이날 백스테이지를 안내한 쇼 관계자들은 아파트 6층 높이에 해당하는 무대에서 하이다이버들을 소개하며 각국 기자들에게 “안전을 위해 선을 넘어가지 말라”며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공중 곡예와 다이빙을 결합한 수중 스턴트를 선보이는 하이다이버들은 아찔한 25m 높이의 무대에서 물속으로 수직 하강하며 짜릿한 장면을 연출한다.
안전한 공연 진행을 위해 각 구역에는 전문가들이 배치되어 있다. ‘쇼의 심장부’라 불리는 제어실에서는 평균 15초마다 큐(신호)를 보내며, 다양한 안전장치를 통해 위급 상황 발생 시 배우들을 신속하게 구조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또한 다이버들의 체온 유지를 위해 수영장 물의 온도는 30도로 유지되며, 물속에서 나왔을 때 온도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백스테이지 역시 동일한 온도로 조절된다.

이날 둘러본 공간 중 가장 분주했던 곳은 공연자들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담당하는 의상 부서였다. 이곳에서는 85~90명의 배우를 위해 총 688벌의 의상, 230켤레의 신발, 80개의 가발을 준비한다. 특히 의상과 액세서리에는 총 35만개에 달하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사용되었으며, 그중에서도 촘촘히 박힌 크리스털로 장식된 해골 모양의 가면은 공연의 화려함을 한층 더 기대하게 만든다.
놓쳐서는 안 될 랜드마크, 시티 오브 드림스

공연을 즐긴 후 ‘시티 오브 드림스’를 구경하는 것도 추천한다. 리조트 내에는 네 개의 호텔이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설계로 유명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생전 마지막으로 설계한 외골격 철골 구조의 ‘모르페우스’가 단연 눈에 띈다.

리조트 곳곳에서 다양한 예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카우스의 미키마우스 형상 대형 피규어, 미스터 두들로 알려진 샘 콕스의 ‘두들 COD’, 다니엘 뷔랑의 ‘카반 에클라테’, 그리고 일본 아티스트 신지 오마키의 숲 그림으로 장식된 ‘에코즈 인피니티’ 등 마치 거대한 미술관을 걷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